제목 ‘그랜 토리노’는 70년대 초 포드가 생산한 자동차다. 크고 시끄럽고 기름도 많이 든다. 미국적인 자동차다. 차주인 월트 코왈스키도 그렇다. 미국적 가치만을 믿고 살아온 남자다.
그런 그가 갱단에게 위협받는 이웃집 소년을 구하면서 변해가기 시작한다. 베트남에서 이민 온 ‘찢어진 눈에 개고기를 먹는’ 가족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노인과 이웃집 소년의 소통과정은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고 노장 감독의 절제된 유머는 관객의 입가에 미소를 띠우게도 한다.
노장 감독은 영화를 통해 미국 정신을 새삼 상기시키는 듯하다. 미국이란 원래 이민자들의 나라다. 모든 인종에게 가슴을 열어라, 개척정신을 가졌다면 누구나 미국인이 될 수 있다, 라고.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이 백미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는 장면은 극적이며 또한 상징적이다. 살아온 날들 동안 저질렀을 수많은 과오를 책임지겠다는 결자해지의 자세는 인생의 깊이를 몸소 체험한 거장만이 선사할 수 있는 감동이다. 이스트우드 영화 중 가장 감동적인 ‘라스트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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