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
그러나 2006년 5.31지방선거부터 전면적으로 도입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이러한 순기능을 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기능만 부각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당은 바른 후보를 고르기보다는 공천헌금에 관심이 있고, 중앙정치인은 지방정치인에 대한 조언보다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지방정치인은 주민의 이익보다는 당리당략에 의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어 정당공천이 지방정치인의 자질향상과 책임정치라는 본래의 목적과 많은 괴리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당공천제는 절대선(善)도 절대악(惡)도 아니다. 유럽의 나라들과 같이 정체성과 이념이 확실하고, 풀뿌리에 기반한 정당정치가 발전한 사회에서는 이제도가 장점이 크지만 대부분의 동양지역에서처럼 중앙집권사회의 전통, 정당의 비민주성, 지역주의 투표성향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단점이 크게 부각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필자의 정당공천제와 관련한 입장은 원론적으로는 찬성하지만 현실적으론 꼭 폐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폐지와 더불어 다음 몇가지의 개선안이 논의되어 지방자치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첫째, 정당공천제 도입전에도 문제가 되었던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후보자에 대한 정당내천을 금지하고 후보자는 당 경력표방과 정당가입을 금지하여 정당의 지방자치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선거구제는 농촌지역과 도시지역으로 구분하여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구분이 없는 도시지역의 중선구제는 규정을 강화하여 4인 선거구제를 기본으로 하고 지역의 특색에 따라 3-5인 선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농촌지역의 경우는 지역경계가 확실하고 이에 따라 소지역주의에 의한 지역간 대결구도의 심화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 면단위 소선거구제로의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비례대표가 자동적으로 없어져 사회적 약자들, 특히 여성들의 의회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가 있다. 능력 있는 여성의 의회진출을 위해서는 여성전용선거구제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이는 유권자의 선택권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중선거구제를 중심으로 선거구별 남녀동반선거구제를 만들어 한 선거구에 최소 30%이상은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정당공천을 하는 광역과 그렇지 않은 기초지방선거를 동시에 하게 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투표행태를 봤을 때 유력후보 또는 지역정당과 기호가 같은 후보에 대해 줄투표현상이 나타나 능력과 무관하게 당선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데, 광역?기초 모두 추첨제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정당공천제폐지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의 키를 쥐고 있는 곳이 국회인데 지난 총선에서 이제도의 단맛을 톡톡히 본 국회의원들이 찬성할 일이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폐지당위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고, 지난 몇 년간의 실태를 봐도 우리현실에는 잘 맞지 않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맞지 않는 길은 간만큼 손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 되돌릴 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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