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판이 무슨 우암 선생 글씨입니까? 쓴지 얼마 안된 복제품 같은데…. 300여 년 전 현판이라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야하는 것 아닌가요?”(관람객)
“글쎄요. 저희는 우암 선생 글씨라고만 알고 있는데요.”(해설사)
전주에서 대전의 대표적 보물 동춘당(同春堂)을 답사하러 온 관람객과 이들을 안내하던 해설사 사이에 현판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답사를 이끈 전주문화원 김진돈 사무국장은 “빛바랜 느낌을 주려고 현판 자체에 색을 냈어도 세월의 때가 묻어나지 않는 것을 보니 원본이 아닌데 이에 대한 설명이 없더라”며 “복제품이 걸려 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원본여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또 “전라도 지역에서는 오래된 건축물에 대해 도난과 훼손을 우려해 복제품을 걸어놓고 원본은 박물관에 별도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본을 보기 원하는 관람객을 위해 설명을 곁들인다”며 “복제품을 두고 원본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관람객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토로했다.
지난 1963년 1월 21일 보물 209호로 지정된 동춘당은 올해로 문화재 지정 46년째인데 안내판은 물론 문화재청과 대전시, 대덕구 홈페이지 문화재 해설 부분에도 ‘우암 송시열 선생이 쓴 현판이 걸려 있다’고만 표기되어 있다.
▲ 1990년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춘당 원본 현판(위)과 현재 걸려 있는 현판. |
이에 대해 문화재청 건축문화재 담당자는 “동춘당에 걸려 있는 현판이 복제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으며 문화재 지정이후 현판 현상변경에 대한 기록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동춘당 관리를 맡고 있는 대전시와 대덕구 문화재 담당자는 “현재 현판이 원본이 아니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언제, 어떤 과정으로 현판을 교체했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히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동춘당 지킴이’ 이규희(71·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씨는 “보물을 관리하는 지자체와 문화재청에 현판에 대한 기록이 없다면 앞으로 가짜 현판을 가지고 와도 원본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허술한 문화재 관리를 개탄했다. /임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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