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보니, 등·하교길 스쿨버스나 캠퍼스 내에서 대학생들이 책가방도 들지 않고 빈손으로 다니는 모습을 보면 왠지 어색하고 가벼워 보인다.
▲ 김용경 건양대 기업정보관리학과 교수 |
흔히 ‘군인이 총도 안가지고 전쟁터에 나가는 격’이라고 하던가!
대학생들은 왜 책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며, 그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어야 하는가? 물론, 그 이유와 그것을 모르는 대학생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미국의 유명 작가 중 한 사람인 폴 오스터(Paul Auster)의 일화는, 왜 대학생들이 평소에 책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그는 자전적 에세이 ‘왜 쓰는가(Why Write)’에서 작가가 된 계기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던 폴 오스터는 8살 때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경기가 끝나고 출구로 나가기 위해 라커룸 옆을 지나던 오스터는 우상으로 여기던 뉴욕 자이언츠의 윌리 메이스 선수와 마주치자 숨이 멎을 것 같아 발을 멈추고 말았다.
망설이던 오스터는 간신히 그에게 다가가, 용기를 내 사인을 부탁했지만 사인을 해주려던 그는 마침 연필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오스터 역시 온 몸을 뒤졌지만 연필이 없었고, 아버지와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오스터는 사인을 받지 못했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두 눈에서는 눈물을 쏟았다. 어린 마음에 영웅으로부터 사인을 받지 못한 것이 한이 된 그는 그날부터 연필을 몸에 지니고 다니기 시작했다. 외출할 때면 주머니에 연필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후 항시 몸에 지니게 된 연필은 생각날 때마다 글씨를 쓰는 도구가 되었고, 그것이 그를 작가로 만든 계기가 됐다.
그렇다. 기회는 평소에 준비하고 있는 자에게 다가오고, 또 그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책가방 속에 들어 있는 책, 노트, 필기구 등이 지금 당장 읽고 써야 할 도구가 아닐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필요하거나 사용하고 싶을 때가 온다.
공부란 반드시 도서관이나 공부방 책상 앞에 앉아서만 하는 게 아니다. 필요할 때 꺼내보고, 생각나면 적어두고, 모르면 찾아볼 수 있는 그런 관심과 준비를 항상 하고 있다면, 공부는 생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새 학년이 시작됐다. 꿈과 희망을 안고 많은 신입생들도 입학을 했다. 그동안 오리엔테이션, 신입생 환영회, 개강파티 등으로 들뜨고 어수선했던 캠퍼스 분위기도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이제 대학생들은 새롭고 차분한 마음으로 좋은 습관을 하나씩 들여 보자. 대학생활 중에는 언제나 크고 무겁게 책가방을 들고 다니는 그런 아름다운 습관을 가져 보자.
바다 위의 거대한 빙산은 깊은 해류를 따라 조용히 흐르나, 작고 가벼운 얼음조각들은 바람과 물결에 의해 이리저리 쉽고 가볍게 떠다니는 법. 책가방이 크고 무거운 만큼 여러분의 인격과 지식도 크고 무겁게 쌓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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