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방학했다 아이가. 내 그래서 누나 보려고 달려 왔제.”
“그래, 잘 왔다. 아이고, 추운데 오느라 고생했다.”
▲ 김은주 논산 금암중 교사 |
교사라면 아이들이 두 눈을 반짝이며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일 것이다. 멋진 유머로 유쾌한 수업을 이끌어 가시는 선배 선생님을 부러워하며 열심히 유머를 익혀 수업 시간에 적용했지만, “썰렁해요.”라며 시큰둥한 아이들의 반응에 고민했던 시절! 수업 시간에 틈만 나면 엎드려 자던 녀석이 연습장에 멋지게 그려놓은 만화를 보곤, 다원적 관점에서 지능을 파악한 가드너(H. Gardner)의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s) 이론’을 떠올린 것은 행운이었다.
다른 능력은 다소 뒤지지만 화술이 좋은 아이, 그림을 잘 그리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 무용을 잘하거나 주어진 글을 표로 잘 정리하는 아이처럼 어느 한 분야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아이들을 쉽게 만난다. 아이들의 이러한 능력을 수업 시간에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면 아이들에게 행복한 수업 시간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지난 1년을 보냈다.
교사 중심의 언어적 지능만을 강조하는 국어 수업에서 벗어나 텍스트의 글을 음악이나 연극으로, 혹은 그림이나 그래프로, 또는 만들기나 장르 바꾸기로, 때론 다양한 형태의 말하기 등으로 늘 부산한 수업을 진행했다. 졸기만 하던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선생님, 벌써 끝났어요?”, “국어 시간이 신나요.”라고 던진 말 한 마디, “선생님의 수업이 지루하지가 않아요. 선생님을 만나고 여러 면에서 국어의 매력을 느끼고 또 그 매력에 빠지며 국어에 대한 흥미도 생겼고 나름대로 자신감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라는 이메일 한 통, 이보다 더 교사를 신명나게 하는 응원가가 또 있을까?
이제 3월이다. 따스한 햇볕과 바람이 닿는 곳에서는 벌써부터 자기만의 빛깔과 향기로 제 세상을 열어갈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3월의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갓 입학한 새내기들과 지난 1년 동안 한 뼘씩 자란 아이들이 다양한 빛으로 3월의 교정을 가득 채운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3월이 즐겁다. 또 다른 다희와 정훈을 만나러가는 이 3월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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