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장기적인 취업난에 대학 선ㆍ후배 관계까지 흔들리고 있다.
선배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져 밥이나 술을 사달라고 하는 후배들을 피해 다니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불황의 그림자가 넓게 드리워져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점심시간만 되면 수업 끝나기 무섭게 도서관으로 향하고 모든 수업이 끝나면 아무도 모르게 집으로 향한다. 혹시 후배들이 밥이나 술을 사달라고 하지 않을까 미리 피하는 것이다.
A씨는 “취업난에 아르바이트 찾기도 힘들어서 후배들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만나기를 꺼리고 있다”며 “이런 기분은 느껴 본 사람만이 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똑같은 부모 용돈을 받으며 살면서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부담감이 크다는 게 예비역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이런 이유로 신입생 환영회 등 학과 행사에 예비역들을 찾아보기 어렵고 모임 규모가 축소되거나 취업을 고민하는 모임인 건전한 행사로 바뀌고 있다.
학생회 활동을 하는 복학생 C씨(25)는 “신입생 환영회를 다녀온 뒤 후배들이 만날 때마다 밥을 사달라고 한다”며 “3월은 등록금, 교재비 등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후배들 밥값과 술값까지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복학생 D씨(27)는 “술을 사면 돈과 시간을 이중으로 뺏겨 되도록 저녁약속은 하지 않는다”며 “그래도 많은 복학생들이 혼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아낀 돈으로 후배들 맛있는 것 사주는 등 시기가 어려워도 아직 선후배의 정은 식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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