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호열 고대 북한학과 교수 |
현재 개성공단에는 우리측 93개 입주 업체가 가동 중에 있으며 우리측 근로자는 700여명에 이르고 있다. 2008년도 생산액만도 2억 5천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초기 단계 영업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북쪽의 입장에서도 3만 9천명의 근로자들이 고용되어 평균 월급여가 60달러 정도여서 매월 2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동시에 북쪽으로서는 남한의 선진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는 기회의 창이기도 하다. 북한측의 일방적 통행 차단 조치로 말미암아 공단입주 기업들의 수출에 차질을 빚고 불안정한 투자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향후 북한에 대한 국제 신인도의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통행, 통관, 통신의 차단 조치는 매우 심각한 상태인 동시에 북쪽으로서도 결코 이득이 될 수 없는 무리수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이같은 도발적 무리수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북한 군부 강경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이 차단 조치의 이유로 제시한 것도 한미연합훈련이 조성한 위기상황에 대한 응당한 대응이며 차단 기간도 키리졸브훈련기간동안으로 한정하였던 것이 그같은 추론을 가능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 차단 이틀째 변화된 모습을 보이던 북한이 13일 다시금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보다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전략이 숨어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이해득실을 따져볼 때 결코 손해는 아니지만 대남 압박을 통해 대내외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무리수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출입을 자의적이고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남북합의의 명백한 위반이자 국제법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도발이다. 북한은 기회있을 때마다 6.15공동선언이나 10.4정상선언의 무조건 계승을 들먹이면서 남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기본합의서상 정치군사적 합의도 무실화하고 한반도비핵화선언이나 정전협정마저 무실화하는 막무가내 속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가 긴장을 유발하고 대남적개심을 고취함으로써 대내결속을 다지고 정권의 정당성을 높이려는 전략임을 간파하여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국내외에서 이미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과 같이 민간부문의 경제활동마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만을 위해 마음대로 뒤흔드는 북한의 행태는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규제가 있어야 한다. 키리졸브 훈련이 끝나면 합의 이행과 재발 방지를 위한 남북간 협의가 있어야 하고, 개성공단 업체들의 손실에 대해서도 북한은 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북한은 우리 기업들의 임금 체불에 대한 벌금 규정을 신설하는 등 무리한 조건들을 부가함으로써 난관을 조성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합의 파기와 이로 인해 발생한 엄청난 인적, 물적 손실에 대해서는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기업과 정부는 북한의 잘못된 관행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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