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준 ETRI u-인프라표준연구팀 팀장.책임연구원 |
때문에 정보통신 표준화에 종사하는 전문가들 사이에 표준은 곧 기술이라는 말을 종종 한다. 표준의 확보는 곧 시장을 지배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는 의미이다. 공존과 무한 경쟁이라는 칼의 양면을 손에 쥐고 전 세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한 글로벌 표준화 노력을 경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표준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 존재로 인식되고 있으며,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도 표준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는 것은 정석이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표준화 노력은 약 20 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후반, IT 시장 개방 압력에 대응하고 자국의 통신 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시작한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표준화 활동은 이제 어느덧 성년의 나이를 넘어선 셈이다. 그러나 불과 20 여 년에 지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국제 표준화 사회에서의 우리나라의 표준화 위상은 과히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어 왔다. 국제 표준화 기구의 쌍두마차 격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국제정보/전기기술위원회(ISO/IEC)의 경우, 정부의 표준화 육성 정책에 발맞추어 노력해 온 결과, 우리나라의 회의 참여율 및 기고서 점유율은 물론이고 국제 표준 개발 및 국제 표준화 회의 주재를 담당하는 의장단 점유율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양적 팽창을 거듭해 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정보통신 표준화의 양적 성공을 기반으로 질적 표준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자는 다음의 몇 가지 변화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관행적 정보통신 표준화의 틀을 벋어나 산업간 융.복합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표준화 대상의 발굴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의 기술 개발 과제 기획 시, 반드시 표준화 연계 노력에 대한 타당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기술개발과 표준화가 병행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타당한 조치라 보여진다. 새로운 시장 창출과 더불어 파생되는 새로운 표준화 대상 발굴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20여 년의 짧은 기간 동안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표준화 사회에서 자국의 표준화 위상이 강화된 이면에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주도해 온 국제 표준화 전문가의 역할이 근간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제는 국제 표준화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이 표준화 전면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국제 표준화 회의를 통해 주도하고자 하는 표준이 국내 산업체를 통해 개발되는 기술에 대한 표준일 것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이제는 국제 표준화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인 국내 산업체 및 사업가가 표준화 전면에 나와 경쟁 기업과 과감히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표준 특허 확보 노력에 대한 재 조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표준특허의 확보를 통해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올리는 신 비즈니스 전략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로열티 수입만을 목적으로 특허 분쟁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특허 괴물의 활동이 거세지고 있다. 즉, 표준 특허의 확보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표준 특허의 확보가 비단 기술료 수입을 통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자국의 기술 및 시장을 보호하고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적극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표준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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