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온난화 속에 아열대기후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 충청권 기후의 현주소이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생태계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거대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지자체를 비롯한 모두의 적극적인 대처와 실천 방안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충청권 기후변화 어디까지 왔나=충청권 기후변화의 핵심은 ‘고온건조’와 기상이변,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 등이다.
대전지역의 1971년부터 2000년까지의 평균치와 2001년 이후의 평균치를 비교해보면 충청지역에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우선 기온을 보면 충청지역은 점점 고온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최저기온은 한 달의 예외도 없이 일 년 내내 상승하는 추세 속에 겨울철 상승폭이 크다는 특징을 보였다.
대전지역의 1월 최저기온을 보면 평년 최저기온 영하 6.3도에 비교, 2000년 이후의 최저기온 평균치는 영하 4.7도를 기록해 1.6도 올랐다. 반면 7,8월은 각각 0.2도, 0.3도 상승에 그쳤다.
최고기온 역시 2월에 1.4도 올라 일 년 중 상승폭이 가장 컸지만 7,8월의 최고기온만은 낮아졌다. 이는 겨울철 기온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고, 여름과 겨울 기온 차가 작아져 사계절의 변화가 주춤해지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습도는 점점 낮아져 건조해지고 있다. 2001년 이후 평균습도는 65.7%로 평년값 71.3%에 비교 5.6% 낮아졌다.
습도의 저습화 역시 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의 역전도 허용치 않았고 2월부터 4월까지의 내림폭이 커, 봄철 산불의 빈번한 발생과 대형산불 증가와 맞물려 있었다.
강수량은 평년값과 비슷한 선상을 그리는 달 없이 들쑥날쑥 이다. 태풍이나 별다른 기상 변화가 없어 평균치를 보여야 할 3월의 강수량을 보더라도 평균강수량 60.5mm에 2000년 이후 10mm 이내로 근접한 강수량을 보인 경우가 없다. 제일 적은 폭을 보인 것은 2003년 3월의 44.2mm였다.
2007년 3월은 117.8mm, 2006년 3월은 8.1mm 등 강수량의 최고와 최저 폭은 컸다. 이 같은 경우를 태풍, 집중호우 등으로 증감 폭이 크고 강수량이 많은 8월에 비교하면 평년 296.7mm 대비 가장 많은 비가 내린 해는 2006년 8월 531mm, 적게 내린 해는 2001년 8월 78.1mm 등 그 폭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태안 안면도에서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999년 370.2ppm에서 2007년 390.0ppm으로 증가했고, 이는 전 세계 증가율 1.9ppm보다 높은 수치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같은 기후변화가 2001년 이후의 기후평균 값과 비교한 2000년 이전의 30년간 평년값도 산업화가 진행된 이후의 수치라는 것이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기후변화의 후폭풍= 기후변화는 사회 곳곳에서 후폭풍을 불어오게 하고 있다.
충청지역에 유명하던 특산품이 점점 북상하는가 하면 건조해지는 날씨로 황사가 자주 찾아오고 호흡성 질환 등의 질병이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 감시체계 개선 방향’ 연구에서 2005~2007년까지 3년 동안의 온도변화에 따른 전염병 발생을 예측한 결과 온도가 1도 상승하면 쓰쓰가무시병, 렙토스피라, 말라리아, 장염비브리오, 세균성이질 등 5대 전염병의 평균 발생률은 4.27%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분야에선 스키장이용객이 줄어드는 등 겨울철 산업이 축소될 갈림길에 서 있고 그렇다고 여름산업의 성장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런가 하면 모기 등의 공습이 여름철 이외에도 지속돼 겨울철에도 소독 등이 이어지고 있고 동면에서 깨어나는 개구리를 경칩 이전인 1,2월부터 보기 시작하며 봄꽃의 개화시기는 평년과 비교해 일주일 이상 빨라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천안 입장포도, 아산 쌀보리, 예산 사과 등 충청권 주요 특산품의 주산지가 포도는 경기도 가평, 쌀보리는 인천시 강화, 사과는 강원 영월 등으로 북진하고 있다.
조기와 꽃게로 유명했던 서해안에선 난대성 어종인 오징어와 멸치가 더 많이 잡히기도 한다.
환경부에 의하면 2005~2007년까지 충북 충주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약 1℃ 상승함에 따라 월악산에 서식하고 있는 이끼도롱뇽, 무당개구리, 북방산개구리, 계곡산 개구리 등 10종의 양서류 종 다양성 지수가 1.84에서 1.46으로 감소했다.
봄철에 생장하는 소나무의 가지 생장이 가을에 발생하는 이상생장이 충남을 비롯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열대성 병해충인 재선충, 푸사륨 가지마름병, 벼 키다리병 등이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의 산림과 논밭을 해치고 있고 충북 영동, 옥천, 청원 등에선 갈색 여치떼가 농작물을 습격하기도 했다.
2080년 전국 평균 벼 생산성은 현재보다 14.9%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진단도 나왔고 이 중 충남과 전남의 감소 폭이 가장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어떤 대책이 오가고 있고 개선점은 무엇인가= 충청권 기후공습에 지자체는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춘다는 것이 큰 틀이다.
대전시는 정부가 기후변화법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으로 바꿔 그에 따른 정부의 방침에 맞춰 시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녹색성장 포럼을 발족했고, 최근 그린스타트 발대 협약식도 가졌다. 녹색성장포럼은 각계 전문가 등의 씽크탱크들이 모여 기후온난화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취지이고, 그린스타트는 일종의 시민이 앞장서자는 운동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정부의 저탄소녹생성장기본법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 이제 시작단계에 있기에 이에 발을 맞추고자 하는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에 따른 종합계획 수립용역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충남도는 2005년 기후변화협약 대응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이후 기후변화대응 활성화를 위한 범도민 간담회 개최, 정책토론회 개최, 기후변화대책 추진계획 수립 등 다양한 시책을 내놓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주 내용은 온실가스 발생 감축, 대체에너지 개발 등 다양하다.
국외로도 눈을 돌려 중국 장쑤성 등과는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대처를 논의하고도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중요한 포인트인 생태계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농업정책 제시 등이 미흡한 점은 아쉬움으로 지목된다.
타 시·도의 기후변화 대책 내용은 그래서 벤치마킹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는 최근 타이완에서 파파야, 연무 등 아열대성 과일 6종류와 60그루를 들여와 본격 시험재배에 들어갔다.
이와 더불어 아열대 지역인 일본, 타이완, 중국 등지의 과수, 채소, 약용식물, 향료 등 4종에 대한 재배여건탐색과 유전자원 수집에도 나섰다.
이 결과 과수의 경우 체리, 용과, 아테모아, 캔타로프, 노닌 등 채소는 아티초크, 열대 시금치, 오크라, 페피노, 아스파라거스 등을 도입, 추진키로 했다.
강원도에선 춘천시와 고성군에 각각 녹차 시험 포를 짓고 녹차 재배를 실험해 보성·하동 녹차 못지않은 녹차 재배에 성공했다.
강원 정선군은 800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 지역의 기후변화 현실과 앞으로 10~20년 뒤의 예상 가능한 대체작물 육성 등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중장기적인 로드맵 용역을 추진키로 했다.
경기도는 남한 벼 품종의 북한서부지역(황해도) 재배적지 예측시스템을 구축, 지난 2006년 북한 당곡리 벼농사 시범단지 조성사업을 벌였다.
경북도는 최근 농업분야 기후변화 대책 세미나에서 ‘기후 온난화가 경북농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전략’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경북 농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김맹기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도시화와 개간 등으로 말미암은 기온증가, 건조화 등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이산화탄소를 억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정부, 지자체와 개개인들이 모두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행동들을 생활화해야 하고 다양한 시책 등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팀장은 “지자체가 나무심기운동, 자전거 도시 등을 기후온난화에 대비한 시책으로 내놓으면서 한편으론 주변녹지 등의 규제를 풀어주고 훼손하고, 자전거도로는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 위주로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맞지 않다”며 “한쪽에선 훼손, 다른 쪽에선 보여주기식이 아닌 훼손을 방지하면서 새로운 시책도 내놓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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