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209호 동춘당 안쪽에 위치한 동춘 선생 고택 굴뚝 가운데 태극문양과 함께 8괘가 새겨져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여 년 간 문화재 보호활동을 하고 있는 동춘당 지킴이 이규희(71·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씨는 “고택 사랑채 뒤편 높이 3m가량의 굴뚝 가운데 태극문양을 중심으로 위·아래 6괘와 양 옆으로 2괘 등 8괘가 굴뚝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유형문화재 3호인 동춘 선생 고택은 동춘당 송준길 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살 던 곳으로 안채와 사랑채, 가묘, 별묘 등이 배치되어 있어 동춘당과 함께 조선시대 상류주택의 건축양식과 생활상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하루에도 서너 차례 동춘당 주변을 둘러본다는 이 씨는 “‘우리동네 꽃담’이라는 책을 보다가 고택 내부를 확인해보니 굴뚝에 태극문양과 8괘가 새겨져 있어 깜짝 놀랐다”며 “성리학의 대가인 동춘 선생 고택에서 이러한 문양이 발견되었다는 데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씨의 설명대로 이종근 씨가 전국 유명 꽃담을 답사해 담장에 새겨진 상징들을 글과 사진으로 엮은 ‘우리나라 꽃담’이라는 책에는 “고택의 단아한 모습은 송준길의 인품을 대변하는 듯하며 사랑채 뒤꼍의 태극문양과 괘를 넣은 굴뚝은 고택의 상징 문패다”라고 밝히고 있다.
“동춘선생고택에 태극문양과 괘를 넣은 굴뚝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규희 씨는 “후손들이 고택에서 생활하고 있어 일반인들이 보기 어려웠던 태극문양과 8괘의 발견으로 지역의 숨은 문화재들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전시 문화재담당자는 “1990년대 동춘고택 주변 담장과 굴뚝에 대해 조사한바 있는데 태극과 8괘 문양이 독특하긴 하지만 굴뚝 위치와 시기가 애매해 학자와 후손들도 정확한 연대를 추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옥 구조상 굴뚝은 가장 많이 보수되는 부분이며 전통 유교사회에서 8괘를 드러내 놓고 문양으로 사용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 좀 더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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