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마치 이야기로 들려주듯 편한 느낌으로 펼쳐놓는 시인의 문체와 꼭 닮았다. 나름 아기자기하고 다소 간지러우며 적당히 슬프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소년에게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외톨이 소녀가 다가온다. 소년과 소녀는 한 가족처럼 살기 시작하고 서로에게 케이, 크림이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크림에게 케이는 “식탁에선 엄마 같고 사회에선 아빠 같고 슬플 때는 오빠 같고 때로는 애인 같은” 남자다. 케이는 암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고 크림을 다른 남자에게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서로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둘에게 이별의 그림자가 다가온다.
불치병 주인공이 등장한다고 철지난 신파조의 최루성 멜로영화라고 성급하게 단정 짓진 마시라. 감각적인 편집은 오히려 눈물을 중화시키고, 원 시인의 서정성 넘치는 대사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이모개 촬영 감독이 담아낸 화면은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이야기와 걸맞은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다양한 조연 캐릭터 연기도 볼만하다. 정준호는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풀어주는 주요 캐릭터로 출연하며 코믹한 이한위와 섹시 가수로 등장한 남규리도 감초 역할을 해낸다.
화이트데이 연인들이 좋아할 만한 팬시상품 같은, 예쁜 영화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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