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노인일자리 사업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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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노인일자리 사업 눈길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3-13 6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띵~동, 택배 왔습니다.’
유성구 원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지난해 9월께부터 다소 낯선 풍경이 등장했다. 대개 건장한 체격의 택배기사들에 의해 배송되던 택배물품이 어느날부턴가 지역에 사는 노인들의 손에 들려 주민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한 것.

처음에는 의아한 눈빛을 보내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주민들이 먼저 음료수까지 건네며 택배를 들고 찾아온 ‘백발’의 노인들을 반갑게 맞이할 정도로 이 동네에서는 익숙한 광경이 돼버렸다.

‘OK6070택배 원내점’이라는 번듯한 간판까지 내건 이곳에는 현재 3명의 노인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택배회사가 경노당 한 켠에 마련된 취급소에 전달하는 물품을 직접 분류하고 각 가정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택배회사는 가정까지 일일이 배송해야 하는 번거러움을 덜고, 노인들은 물량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수익으로만 놓고 본다면 큰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이곳이 더 없이 소중한 일터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김기현(77)씨는 “마냥 자식들에게 손 벌리는 것도 미안한 일이고, 나이 먹어서 일 할 수 있는 것만도 기쁜일 아니냐”며 “일하면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람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진행되온 상당수의 노인일자리 사업이 공원청소나 쓰레기줍기 같은 일시적인 공공근로형 사업에 머물던 것과 달리 이 택배 사업은 노인들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처음에는 단순히 노인들을 돕는 차원에서 참여했던 택배회사들 역시 이제는 이 사업의 도움을 받고 있기도 하다. 대한통운 계룡영업소 이선재 소장은 “힘든 일이다보니 사람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돼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을 뿐 손해 나는 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령인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밖에도 여러 형태의 이색적인 노인일자리 사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노인들이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을 찾아 말벗이 돼 주거나 가사일을 돕는 ‘실버돌보미서비스’나 학교 주변에서 교통지도와 순찰을 하며 아동 안전을 돕는 ‘보안관할아버지’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김탁 대한노인회 유성구지회장은 “핵가족화와 경제난 속에서 자립이 필요한 노인들이 늘고 있다”며 “노인들이 장기적으로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형태의 일자리 사업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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