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건 제이슨뿐이다. 그대로다. 표정을 덮어버린 하키마스크, 공포가 스멀거리는 육중한 덩치에,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력. 스크린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슬래셔 무비의 카리스마 제이슨은 이번에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엄청난 파워로 살인 도구를 휘두른다.
여기서 잠깐, ‘스크림’의 첫 장면을 보자.
전화가 걸려오고 드류 배리모어가 전화를 받는 장면. 전화 속 목소리가 문제를 낸다.
“‘13일의 금요일’ 살인마의 이름은?”
“제이슨, 제이슨이야.”
“틀렸어. ‘13일의 금요일’ 살인마는 제이슨의 엄마야.”
오리지널에서 제이슨의 엄마는 어린 제이슨이 물에 빠져 숨진 것이 캠핑 교사들의 부주의 때문이라 여기고 복수심에서 잔혹한 살인극을 벌인다. 오리지널 끝부분에 엄마를 살해한 캠핑 교사를 공격하는 것으로 깜짝 등장한 제이슨은 2편에서 본격적인 살인극을 시작하고, 3편에서야 트레이드마크인 하키마스크를 쓴 괴력의 ‘슈퍼악당’으로 캐릭터를 굳힌다.
줄거리는 이렇다. 살인마 어머니와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본 아이가 있었다는 오싹한 괴담이 전설로 전하는 크리스탈 호수. 그곳에 캠프 족이 찾아온다. 괴담을 그저 전설로만 여기고 겁 없이 밤을 즐기는 이들. 하키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거구의 사내가 야수의 눈으로 지켜본다.
‘리뉴얼’ 판은 그러니까 오리지널의 제이슨 엄마의 이야기, 2편의 제이슨의 살인극, 하키마스크가 나오는 3편을 한 그릇에 담아 뭉뚱그려 반죽하고 중요한 대목을 뚝뚝 떼어 끓인 ‘짬뽕 수제비’인 셈. 여기에 자극적인 소스를 듬뿍 뿌려 맛을 낸다. 그 맛은? 싱겁다.
공포가 느껴지는 게 제이슨의 카리스마나 잔혹한 영상이 아니라 그때마다 엄청난 사운드로 뿌려대는 음향효과 때문이라니.
‘리뉴얼’판 ‘13 금’의 미덕이라면 제이슨에 관한 그간의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점. 그는 왜 13일 금요일에 나타나는가. 13일 금요일은 제이슨이 태어난 날이자, 크리스탈 호수에서 익사한 날이고 제이슨이 익사한 줄 알고 복수를 했던 엄마가 죽음을 당하는 날이며 그 현장을 제이슨이 지켜본 날이란다. 그러면 하키마스크는 왜 쓰게 된 걸까. 영화를 보고 직접 확인하시길.
미덕 또 한 가지는 출연배우들. 주인공 클레이는 인기 미드 ‘슈퍼 내추럴’의 샘, 자레드 페이다레키가, 클레이의 동생 휘트니는 성업 중인 ‘맨탈리스트’의 여형사 아만다 라이거티가 연기한다. 할리우드의 한국인 배우 아론 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도 반갑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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