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필]정뱅이마을의 도농교류센터를 개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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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필]정뱅이마을의 도농교류센터를 개관하며

권선필 목원대학교 교수, 정뱅이마을 주민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3-13 20면
  • 권선필 목원대학교 교수권선필 목원대학교 교수
내가 살고 있는 대전시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은 전형적인 도시 근교 농촌마을이다. 삼사십대 네 가정과 나머지 육칠십 대의 노인들이 부부로 혹은 홀로되어 살고 있는 전체 주민수 육십여명의 고령화된 마을이다. 대다수 농촌이 맞이하고 있는 현실처럼 우리 정뱅이 마을도 한편에서는 도시에 주변부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화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 권선필 목원대학교 교수, 정뱅이마을 주민
▲ 권선필 목원대학교 교수, 정뱅이마을 주민
도시 주변의 농촌 주민들에게는 중심부인 도시에 대한 비교의식과 열등감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실력있는 자녀들은 모두 도시로 나가고 그렇지 못한 자녀들이 부모를 모시고 전해오는 농사를 지며 살고 있거나, 아니면 도시에서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귀농을 한 사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녀들에 대해서도 꼭 도시에 있는 학교에 보내고자 편법을 동원해 전학을 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이사를 나간다.

도시에 대한 상대적 열등감은 사회문화적이거나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농촌은 더 이상 자급자족적인 곳이 아니라 도시에 의존하고 있다. 전통적인 쌀농사나 밭작물을 재배하지만 스스로 먹고 또 자녀들에게 나누어주고 나서 판매한 것은 용돈을 쓰는 정도이지 사실상 수익은 창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부 ??은 층은 도시 시장을 상대로 하여 수익성이 높은 작물을 재배하기도 하지만 투자 부담은 물론 경기에 대한 의존성 때문에 안정적 수입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맞물리는 고령화가 사실상 더 큰 위협이다. 현재 고령화 추세라면 사실상 10년 후 정도면 마을에 경제활동인구는 10명 정도 밖에 안남을 것이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없는데 비해 매년 서너 분씩 돌아가시는 속도로 간다면 조만간 마을은 텅비게 될 것이다. 이렇게 줄어드는 마을 주민은 주거환경의 퇴락을 가속시킨다. 예전에는 십여명 자녀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던 좁은 집이 이제는 노인 홀로 지키는 커다란 빈 집이 되어버렸다. 돌보는 손길이 줄면서 집은 해가 갈수록 기울어만 간다. 그러다가 주인이 세상을 떠나시면 빈집이 되어 결국은 허물어져 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농촌마을의 현실을 바꾸어 보고자 하여 주민들이 힘을 모아 시작한 것이 정뱅이마을의 마을가꾸기 사업이고, 그 사업 중 하나로 도농교류센터를 개관하게 되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돈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정부사업에 응모하여 선정된 지원금으로 짓기 시작하여 이제 완공을 하게 되었다. 본래 마을회관으로 지으려던 것을 주민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마을 밖 도시 사람들도 와서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으로 도농교류센터를 지은 것이다.

현재 주민의 눈높이로 마을 회관을 세운다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쓸사람이 없을 것이기에, 미래의 주민들이 될 은 세대와 도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짓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마을회관이 아니라 도농교류센터로 한 것이다. 도농교류센터에는 농촌체험 문화예술체험 등을 해볼 수 있는 공간과 아울러 소규모 회의나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도시민들이 찾아와서 마을의 자연환경을 즐기며 다양한 활동을 해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제 도시는 농촌을 위해, 농촌을 도시를 위해 서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상생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변화해 갈 때 서로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나타날 것이다. 사실상 오늘날의 도시와 농촌을 서로 대립되는 별개가 아니라 근대화가 낳은 두 얼굴의 쌍둥이 형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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