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석]영리법인 병원 허용, 의료민영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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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영리법인 병원 허용, 의료민영화 신호탄?

[금요논단]류진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3-13 20면
  • 류진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류진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부가 영리의료법인의 설립허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서비스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의 하나로서 영리의료법인의 설립허용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본격적으로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기조를 보면 당연할지 모른다. 시장경쟁을 강화하고, 부자경제중심의 정책운용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서비스 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 류진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류진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재 의료기관을 설립할 자격은 의사와 비영리법인에게만 주어지고 있다. 만약 영리법인의 병원설립을 허용하면, 대형 자본이 초고가의 병원을 설립할 수 있으며 의료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영리법인의 병원설립을 자유롭게 허용하려는 정부의 논리는 의료서비스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점과 부자들의 해외의료쇼핑을 줄이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돈을 내고 대기시간 없이 고급화된 시설에서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누구나 받고 싶을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이 큰 의료서비스는 더욱 그렇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고 싶은 부자들의 입장이나 의료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려는 자본의 입장에서는 영리법인의 병원설립을 찬성할 것이다.

지금도 병원설립은 대부분 영리를 추구하고 있으며, 현행 건강보험제도에서 모든 병원은 건강보험 가입자를 받아야한다는 병원당연지정제가 운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정부에서는 영리병원이 설립되더라도 건강보험 가입자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진료비 상승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연 그럴 것인가. 투자한 만큼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어떻게든 건강보험가입자를 받지 않으려 할 것이고 아니면 고가의 의료장비를 통해 비급여 항목을 만들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든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고급 의료인력은 영리병원으로 몰릴 것이며, 영리병원의 의료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는 민간의료보험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그 결과 차별화되고 고급화된 서비스를 받기 위해 부자들은 강제가입의 건강보험보다는 민간의료보험을 선호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논리하에 건강보험에서 탈퇴하려는 욕구는 커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으며, 의료서비스의 민영화가 탄력을 받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우려되는 사회적 결과이다. 의료의 공공성이 확충되기 보다는 의료서비스의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서비스 이용의 차별화, 의료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국민의료비가 상승할 것이며, 이는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특히 영리법인의 병원이 들어서면, 부자들의 해외의료쇼핑으로 연간 6천만 달러의 의료수지 적자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영리법인의 병원설립을 허용한다는 것은 다소 궁색한 논리이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작년에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35조 366억원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의 해외의료쇼핑으로 인한 의료수지적자는 총 진료비의 0.003%이하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총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임플란트시술, 성형수술 등과 같은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을 포함하면, 해외의료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고,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려는 저의가 무언인지 혼란스럽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건강보험료의 장기체납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의료양극화를 초래할 영리법인의 병원설립 허용방안을 중단하고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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