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술' 대신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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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술' 대신 '공부'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3-12 6면
  • 이영록 기자이영록 기자
“부어라, 마셔라하는 흥청망청 문화는 이제 어울리지 않습니다. 때가 때인 만큼 진로와 취업을 고민하는 발전적인 환영회 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 때면 신입생 환영회나 개강파티로 인해 대학가 주변에는 술에 취해 널부러진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선배들은 신입생들의 군기(?)를 잡기 위해 술을 강제적으로 권유하고 이로 인한 사고도 잇따랐다.

학교측의 사고방지 예방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반복되는 연중 행사였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도 강릉과 인천의 대학 새내기들이 신입생 환영회에서 과음한 뒤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경기불황과 취업대란이 맞물리면서 이런 대학가 문화도 서서히 현실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재학생들은 예전처럼 술을 권유하지도 않을 뿐더러 신입생들 또한 단호하게 ‘거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남대 경영학과는 지난 9일과 10일 열린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손 때 묻은 전공서적을 물려주는 행사로 환영회를 대신했다.

선배들은 한 권에 3~4만 원하는 원서와 전공서적 등 300여 권을 모아 후배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충남대 사회복지학과와 체육교육학과도 이달 말로 예정된 신입생 환영회를 인근의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 신입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선후배간 멘토를 맺고 학과비전이나 취업 진로 등에 대해 이끌어 줄 예정이다.

목원대 영어영문학과는 오는 19일로 예정된 신입생OT를 기름유출 사고를 입은 태안지역을 찾아 환경실태를 살피고 정화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광고홍보언론학과도 선후배가 조를 이뤄 즉흥적으로 광고를 제작하는 실습을 통해 4년간의 과정을 스스로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처럼 대학가 문화가 변화되고 있는 것은 대학생들이 침체된 경기현실을 피부로 직접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지옥에서 해방되기 무섭게 바로 취업전쟁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학원가에도 자격증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앳된 신입생들의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자격증이나 고시 전문 온라인 교육업체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 과정이나 지난해부터 연령 제한이 폐지된 공인중개사 자격증 준비 과정 등에 대해 신입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황명구 충남대 학생지도팀장은 “대부분 학생들이 경기침체로 인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어 예전과 같은 그릇된 대학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입학과 동시에 취업준비에 나서는 등 학생들이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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