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잔치국수를 건네기 무섭게 그녀는 푸념을 쏟아낸다. 대전역 주변에서 장소를 옮겨가며 포장마차만 16년을 했단다.
생계현장에서 김씨 눈에 비친 대전역은 어떨까? 그녀로부터 대전역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려고 말을 건넸다. “대전역은 그래도 오가는 사람이 많아 다른 곳보다 장사하기 좋을 듯한데 어때요? ” 이에 김씨는 고개를 설레설레한다.
“지금도 대전역에 오가는 사람은 많아요. 하지만 포장마차 앞을 지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이제 대전역을 찾을 때 지하철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서광장을 걸어지나는 사람은 많이 줄었답니다. 대전역 입구로 지하철이 연결되다보니 주변 상권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줄어든 것이죠”
역 현대화와 지하철 연결로 이용객들은 편리해졌지만 자신들처럼 역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타격을 주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KTX 개통으로 역 이용객이 증가해 포장마차 매출증대에 보탬이 됐을 까 궁금했다. “오히려 KTX때문에 단골손님을 많이 잃었어요. 서울로 퇴근하는 사람 중에 단골이 몇 있었는데 KTX로 집에까지 50분이면 가는데 누가 여기서 어묵이나 막국수로 요기하겠어요. 다들 조금만 참고 집에가서 먹으려하지 포장마차에 들어오려 하지 않아요. 덕분에 대전역을 향해 뛰어가는 사람은 많아도 포장마차에 앉아서 잔치국수 한 그릇 먹는 사람은 드물어 졌어요”
그래도 가장 장사가 잘 됐던 때도 있었을 것 같아 그런 경우가 있는 지를 물었다.
“1993년 대전엑스포 때 가장 바쁘게 보냈어요. 그때는 장사를 하면서 의자에 앉을 틈이 없었지요. 매일 대전에 몰려드는 사람들로 길거리 음식점들은 하나같이 호황을 누렸죠” 그녀는 이렇게 좋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 장사해서 조그만 집도 하나 장만할 수 있었단다. 대전역에서 열린 촛불집회도 포장마차 장사에는 도움이 됐다고 한다. 어째든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은 사람사는 곳에선 반가운 얘기일 수 밖에 없다.
지난 2004년 대전역 선상역사를 증축하기 전의 모습을 김씨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 까. “당시에는 지하철도 없었기 때문에 기차시간만 되면 걸어가는 사람과 뛰어가는 사람이 서광장에 한데 섞여 인산인해를 이뤘어요. 밤늦게까지 하는 편의점도 드물었기 때문에 밤 10시만 넘으면 사람들이 출출한 배를 채우러 포장마차에 들어오던 때였지요”
이곳 포장마차에는 몇 시까지 손님이 있을 지도 궁금했다. “서울에서 막차가 새벽 2시 20분에 대전에 도착해요. 새벽 마지막 기차에는 사람이 많이 타진 않지만 요즘처럼 아직도 추위기운이 남아있는 날엔 집에 들어가기 전에 포장마차를 들르는 사람이 비교적 많습니다 . 마지막 기차에서 내리는 손님까지 장사를 하고 퇴근하는게 보통이죠” 대전역을 지켜보며 장사하는 그녀의 얼굴엔 미래에 대한 희망이 남아 있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