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살고보자" 사회 곳곳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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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살고보자" 사회 곳곳 파열음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3-11 7면
  • 김경욱 기자김경욱 기자
‘우선 경쟁상대를 짓이기고 보자’는 식의 막가파식 행태가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실제 유성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선 수개월 전까지 3개의 마트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던 중 이 단지 내 A 마트가 몇 달 전 아이스크림 등을 50%세일한다는 플래카드를 붙였다.

얼마 후 이 마트 앞에 있는 B 마트에선 60% 할인이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결국 C마트는 경쟁에서 뒤처져 문을 닫고 말았다.

A 마트 관계자는 “우리가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손님을 불러오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B 마트 관계자는 “상도라는 게 있는 법인데 해도 너무 했다”며 “남의 살 뿐만 아니라 제 살까지 팔아먹는 격이지만 우리 역시 상대마트와 경쟁하려면 어쩔 수 없이 폭탄세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주민 이모(52)씨는 “저렇게 경쟁하는 게 처음엔 소비자들한테 좋은 줄 알았다”며 “결국엔 저러다 하나만 남으면 독점 식으로 마트가 운영돼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치열한 영업현장에서도 상대를 이기고 보자는 식의 행태는 고스란히 재현된다.
청주에서 영업사원을 하는 김모(30)씨는 최근 단골 도매상이 경쟁상대 제품위주로 물품을 진열하는 것을 보고 울화가 치밀었다.

김씨는 “갑자기 왜 경쟁물품만을 들여놓느냐”고 도매상 주인에게 따져 물었지만 도매상 주인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저쪽이 가격을 낮춰서”라는 것 뿐이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인간관계를 중히 여기며 영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진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이런 현상은 3000원짜리 노래방, 2000원짜리 삼겹살, 1500원짜리 자장면 등 가격을 내리고 보자는 식으로 번지고 있고 학교에서의 왕따 현상, 직장에서의 나만 살고 보자 식의 업무 경쟁 등 사회도처에서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되는 불황과 삶의 팍팍함 속에 끊길 줄을 모른다.

김종선 바르게살기협의회 대전지부 사무처장은 “상대방을 우선 짓이기고 보자는 식의 행태는 나만 살고 보자는 ‘우선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 식의 행태이고 이렇게 개인 이기주의로 흐르면 결국엔 상대방도 죽고 자신 역시 죽게 된다”며 “서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정신이 이 경제불황시대에 필요하며 또 불황을 이겨내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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