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달 한국과학기술대학 초대학장 |
그 후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의 발명으로 노벨상을 받기도하고 수많은 과학적 업적을 남겼다. 하루는 기자들이 당신은 머리가 얼마나 좋아서 남이 못하는 그 어려운 현상들을 알아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머리가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대답했다. 다만 나에게 남과 다른 것이 있다면 “I may be inquisitive” 즉 나는 그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할 때까지 “물고 늘어진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천재중의 천재로 소문난 파인만(Feynman)은 MIT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 공부를 하던 어느 날 학생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이미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공중에 빈 접시를 던져 회전하며 낙하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식당 식기에는 그 대학의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파인만은 공중으로 던져진 접시가 빙글빙글 돌면서, 접시 면이 끄떡 끄떡 기울어지면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언제나 볼 수 있는 특별할 게 없는 일이었고, 아무런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파인만은 접시의 회전하는 속도와 접시가 기울어지는 빈도와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 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었고 이를 지도교수에게 자랑하러 갔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교수가 방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그대로 뛰어 들어가 교수를 놀라게 했다. 본인은 코를 다처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는 “교수님, 알아냈습니다” 라고 흥분한 채 말했다. 그는 박사공부를 끝내고 복잡한 원자 내부구조를 연구하는데 그의 접시 회전공식을 이용해 깔끔히 설명함으로써 1965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루이스 터만(Lewis Terman)이라는 심리학교수가 스탠포드-비넷 IQ시험이란 것을 발명하였다. 1920년대 미국 정부가 인재등용방법으로 이를 이용함으로써 유명하게 되었다. 보고 자료에 따르면 이 방법에 의해 선발된 인재의 경력관리를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해오면서 IQ와의 상관관계를 계속 연구해 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IQ와 출세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게 연구 결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노력 없이 재능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재능이 있더라도, 밤낮 할 것 없이 줄기차게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사리의 진수를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노력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말이다. 예로 든 두 천재들은 딱히 영재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자기네 스스로가 노력한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가 말하는 영재교육일까?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영재교육의 진수가 아닌가한다.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시험점수 잘 받는 기술을 배워 시험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가 원하는 영재노릇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과학기술대학의 교훈에 ‘문의(問疑)’라는 단어를 만들어 넣었다. 이것은 ‘물어서 답을 구하고, 그 답을 의심하여 다시 물으라’는 뜻이다. 즉 진수를 알 때까지 물고 늘어지라는 뜻으로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장 볼 때까지 하루 종일 생각하고 자면서도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영재교육의 본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주위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영재교육에 필수적이다.
1986년 대전에서 시작한 한국과학기술대학이 전국 과학고등학교와 일반고등학교의 수재들을 모집하여 가르쳐왔고, 마침내는 카이스트의 학부로 통합되어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치의 진수를 알아낼 때까지 물고 늘어지며 끝까지 생각하게 하는 영재교육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교육받은 졸업생들이 우리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선견지명의 결과라 하겠고 대전의 자랑이라 하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