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일본교육 주마간산 기(記), 그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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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영]일본교육 주마간산 기(記), 그 명암

[교육단상]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3-11 20면
  • 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
작년과 금년 두 차례에 걸쳐 일본의 구(區) 또는 시(市)교육위원회와 유치원, 초, 중, 고, 대학 그리고 동경도립중앙도서관 등 일본의 교육 현장을 돌아보는,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영광스런 기회를 가진 바 있다.

▲ 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
▲ 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
작년이나 금년 일본을 돌아보면서 나와 일행 모두를 하나같이 감탄케 한 것은 한마디로 청결, 질서, 친절이었다. 함부로 버린 쓰레기를 발견하는 것이 오히려 신기해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우리가 가는 곳은 모두가 청결했고 우리가 만난 일본인들은 처음(하네다 공항)부터 끝(간사이 공항)까지 친절했다.

그런데 그들의 교육 현장(학교)의 모습은 어땠을까? 내가 보고 느낀 대로밝은 면(明)과 어두운 면(暗)으로 나누어 인상 깊었던 점을 몇 가지 들어 보고자 한다.

명(明) - 마을 뒷산의 7부 능선에 위치해 있는 나카야마사치키다이 유치원은 눈이 쌓인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남녀 원생 모두 반바지 차림에 30분 거리를 세 명의 자원 봉사자와 함께 걸어서 통학하고 있었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추위에 견디도록 키우기 때문에 일본의 중고등 학생들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팽이 돌리기, 실 뜨개 등의 전통놀이를 가르치고 있었다.

스메히로 소학교에서는 1학년 남녀 학생이 찬물에 걸레를 빨아 복도에 엎드려 걸레질을 하고 있었고, 점심을 같이 먹은 4학년 1반 교실에서는 빈 우유팩을 물로 깨끗이 씻어 네모 반듯하게 접어 조별로 당번의 우유팩에 꽂아 내면서, 한 여자아이가 화장지 재료로 재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까지 해 주었다. 체육 시간에는 죽마 타기, 팽이 돌리기, 하에쯔께 등의 전통놀이를 가르치고 또 특활 시간에는 자원 봉사자들이 전통 악기인 고토 연주법을 지도해 주고 있었다.

아다치 구립 제4 중학교에서는 반 칸짜리 검소한 교장실에 교가 원본이 소중하게 걸려 있었고, 다카르츠카 시립 히카리가오카 중학교에서는 직업 체험 교육(Trial Week)이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으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교토 리츠메이칸 대학 부속 고등학교에서는 中, 高, 大學으로 이어지는 10년간의 一貫敎育을 통해 국제화 교육, 통합과 탁월의 교육, 공헌의 교육, 정보화 교육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밖에 초·중·고 모두 심성 교육 차원에서 서예를 지도하고 있었으며, 방문한 학교마다 체육관(강당)이 있기에 모든 학교에 다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암(暗) - 미나미히바리오카 중학교는 아파트 지역의 신설 학교였는데, 화장실에 휴지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으며, 수업 시간에 자거나 잡담하고 심지어는 도망가다가 들켜 되돌아 온 학생들도 있었다. 또한 이런 학생들과의 부적응 현상이 심화되어 휴직을 한 여교사가 2007년에 3명, 2008년에 2명이나 있고 일본 전역에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을 떠나오는 날, 버스 속에서 누군가 호기 있게 말했다. 일본의 교실 천장에 우리의 80년대처럼 30인치 정도의 TV 한 대만 달랑 매달아 놓은 것을 보면 일본의 IT 시설이 우리보다 15년은 뒤진 것 같다고. 과연 그럴까? 그런 교실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를 15명이나 배출한 일본이다. 그 이면에는 무엇보다도 기본에 충실한 교육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는지, 새 학기를 맞아 우리의 교육 현실과 대비해 보면서 교육의 기본과 基本敎育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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