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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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

<변상형의 문화스펙트럼>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3-11 10면
  • 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
며칠 전 대동에 사는 친구 집을 방문했다가 화사한 날씨 탓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대동의 골목길을 따라 걷게 되었다. 오밀조밀한 골목과 끊일 듯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다른 동네와는 다르게 담 자락에 그려진 벽화나 설치작품이 흥미로웠다.

놀이터에는 비록 철로 만들어진 해바라기였지만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펴고 있었고, 담장에는 몇 마리 얼룩말이 뛰어놀고 있었다. 또 골목의 낡은 집 회벽에는 신선과 학이 노닐고, 살랑대는 바람에 연잎이 춤을 추고 있는 한국화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게 아닌가! 마치 전시장 벽면에 액자들이 걸려있 듯 골목길을 따라 가면서 들려오는 다양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은 하늘과 맞닿은 산동네 구석까지 계속되었다.

이런 설치작품들이 대동 골목 곳곳에 나타난 것은 지난 2007년 ‘아트 인 시티 프로젝트’사업이 시행된 이후부터다. 소외지역의 생활환경을 공공미술을 통해 개선하고자하는 취지에서 문화관광부에서 공모한 사업에 대전의 공공미술연구소와 작가들이 참여해 일궈 낸 성과다. 대전의 공공미술프로젝트 첫출발은 아니었지만 달동네에 미술전시가 열린다는 등의 관심과 열기는 대동이라는 동네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에 충분했다.

대동 프로젝트 관계자들이 가졌던 기대는 타 지역에 비해 예술 문화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표적 지역인 대동이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통해 환경 개선은 물론 미술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해 주민들 스스로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문화적 거리감을 좁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업이 시행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대동의 골목을 다시 걷다보면 당시의 미술품 설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놀이터의 해바라기도 네잎 클로버도 옛날의 모습은 아니었다. 벽화는 이제 낡아서 빗물 자국에 흐려져 있고, 일부 작품들은 조금만 더 세월이 지나면 없어져 버리거나 원형을 잃어버릴 게 분명했다.

설치작품들의 관리유지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이다. 2005년 이후 공공미술이 붐을 이루어 각 도시마다 유행처럼 번져나갔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언급되는 문제는 사업시행 이후 관리와 유지보수의 미비라는 점이다. 대동프로젝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는 나처럼 다시 현장을 찾은 공공미술 프로젝트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 사업이 마치 일회성에 그치는 미화사업처럼 느껴지게 한다. 거기에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대상지역이 대개 경제적 낙후지역이다 보니 경제적 소외지역에만 국한하여 선정하는 것과 같은 인상이 없지 않다.

전시행정 홍보용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게 한다. 문화적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길거리에서 미술작품과 마주하는 가능성을 늘린 것이라면 혹은 물리적 개선책을 통해 마을의 주거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면 ‘도시에 예술을 입힌다’는 말은 살짝 겉옷을 입히는 것에 불과하다. 골목길에서 만난 아주머니 한 분은 자신의 집 담에 작품을 설치한 것이 참으로 못마땅하다고 불만이 대단했다.

이는 사업진행과정에서 주민과의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심미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사업들이 놓치고 있는 삶의 현실적 문제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돌아보는 동네어귀에는 “주민참여사업이 시작됩니다”라는 프랭카드가 걸려 있었다. 슬로건보다 시행사업의 세부항목이 오히려 눈에 번쩍 뜨인다. 마치 제2의 새마을사업이라도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것이 바로 올해 시에서 시행하게 될 주민들이 직접 자신의 마을을 가꾸면서 소득도 올리는 주민참여형의 대동 무지개마을 사업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 상황에서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주민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갑자기 초등학교 때 무지개를 찾아 떠나는 소년 이야기가 생각났다. 무지개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자신의 삶의 터전인 고향으로 되돌아온다는 내용이다. 따뜻한 희망을 갖게 하는 무지개는 단지 문화적 삶이나 경제적인 삶에만 해당되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행복수치를 올리려면 결국 이 양자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뜻있는 성과를 일부 거두었다면 이것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는 대비책이 시급하다. 시가 시행할 무지개마을 프로젝트가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 뿐 아니라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와 향유도 외면하지 않는 주민참여형 프로젝트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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