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근 한남대학교 교수 |
우스개로“자동차 번호는 기억하기 어려운 것이 좋다??라고 말한다. 범죄 심리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범인들은 당연히 자신의 자동차가 기억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자동차 번호판은 과거 정부에서 우여 곡절은 겪으면서 표기 내용과 글씨체, 번호판의 형태를 바꾼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어색하고 촌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도 문제인 것은 자동차의 번호를 인식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효율적인 차량관리와 범죄예방 등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역 이름을 숫자로 대신하니 여러 개의 숫자가 뒤섞여 복잡한 암호처럼 느껴진다. 일반 시민들은 다른 자동차의 번호를 순식간에 보고 기억하기가 매우 힘들어 진 것이다. 좀 무심한 사람들은 자신의 자동차 번호를 기억하는데도 헷갈리는 때가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범인들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 번호판에서 지역 이름을 숫자로 바꾼 것은 지역감정을 없앤다는 목적으로 시행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참으로 엉뚱한 발상이고 정략적인 꼼수였던 셈이다. 시민들의 안전이나 차량관리의 효율성보다도 정략적인 접근을 우선시 한 것이다. 외국에도 지역감정이 있을 텐데 미국,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번호판에 지역 이름을 표시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우리의 정책이 얼마나 우스운 한국식 정치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자동차 번호판에서 지역이름을 숫자로 대신했다고 하여 지역감정이 조금이라도 감소된 근거가 있다면 전라도는 1, 경상도는 2, 경기도는 3 등으로 각 지역의 행정구역도 숫자로 표시하면 지역감정은 다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지역감정을 부추겨 실리는 그대로 챙기고 정치적인 의미도 없는 사소한 실용적인 것을 문제 삼으니 지역감정은 더 음습하고 은밀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흉악한 범죄에 자동차가 이용되고 있다. 시민들의 제보에 의해 범인 검거 율이 매우 높은 현실에서 자동차의 번호를 기억하기 쉽도록 지역 실명을 표기하는 것은 범죄예방에도 매우 효과적인 실용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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