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과 감사 등에 임명된 상당수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인사지만, 대부분 타지역 출신이거나 타지역에서 활동한 인물들이다.
참여정부 시절, 지역 인사들 상당수가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허탈감에 빠져 있다.
조사대상은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조폐공사, 코레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원자력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주)한전원자력연료, 충남대학교 병원 등으로, 정치권과 관련된 인사에 한정했다.
기관장과 공기업 사장 중 정치권과 관련 있는 인사는 전용학 한국조폐공사 사장과 조현용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윤철호 원자력안전기술원장 등 3명이다.
전 사장은 충남 천안갑 국회의원 출신으로 유일한 지역 인사다. 조 이사장은 2007년 경남 함안군수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인물이다. 윤 원장은 이명박 후보 대선 캠프 정책자문단에서 활동한 인사로, 경기 화성 출신이다.
낙하산으로 가장 많이 내려오는 직책은 상임감사다.
안병구 한국수자원공사 감사는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 경남 밀양선대위원장 출신이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김해진 감사는 부산 출신이며, 이명박 캠프 언론특보였다.
경북 영천 출신인 전영태 한국철도시설공단 감사는 한나라당 부대변인과 이명박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전원자력연료(주) 박녹 감사는 대구 출신으로 이명박 인수위 기후변화대책팀 간사였다.
전남 해남 출신인 강현수 ETRI 감사는 한나라당 국회 전문위원을 지냈고, 충남대병원 감사에도 이명박 캠프 충북선대위에서 활동했던 한상길 감사가 임명됐다.
원자력연구원 이재영(충주) 감사와 항공우주연구원 김진경(서울) 감사는 전 과학기술부, 오경화 한국조폐공사 감사는 중앙선관위 관료 출신이다.
상임감사 모두 타지역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수자원공사와 조폐공사, ETRI, 원자력연구원, 한전원자력연료 상임감사 등이 모두 대전·충남지역 정치권 인사였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이사(비상임 포함)도 마찬가지다.
조폐공사의 경우 이명박 캠프 정책자문단 출신인 박정수씨가 이사를,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정신모 기업사랑운동 공동대표가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KAIST 정문술 비상임이사는 소망교회 신도로, 모두 외지 출신이다.
지역 인사 중에는 양홍규 변호사와 김연철 한남대 행정복지대학원장 등이 수자원공사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보은인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요 자리에 모두 외지인들이 차지한 반면, 지역 인사에게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자리를 주면서, 대전·충남 소외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서조차 낙하산 자리에 지역 인사를 줄기차게 추천하고 요구했지만, 외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항의의 뜻을 전달할 만큼,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았다”며 “청와대에서 이를 감안, 머지않아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 일단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세종시 특별법 처리 지연과 수도권 규제 완화 등 현 정부의 지역 홀대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며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대전·충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윤희진·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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