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석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
“언론노조에서 행사만 하면 왜 이렇게 날씨가 추운지 모르겠어요.” “그러게요, 허허”
2009년 3월2일 서울 산업은행 앞. 미디어 관련법이 직권상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달된 탓인지 전국언론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악법저지 결의대회장에는 비장함이 흘렀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면 맨 앞에서 국회로 진격투쟁하겠다, 여기 모인 4000여명 언론노동자들을 감옥에 가둬놓고 그들이 얼마나 버티는지 똑똑히 확인인자”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의 발언에 내 옆에 앉아있던 기자와 PD들이 이를 악무는 것처럼 보였다.
#2.
2009년 2월2일. 한나라당 소속 이완구 충남지사가 출입기자들의 해외공짜취재 지원을 위해 조례를 고치겠다고 나섰다. 단체장의 해외 순방길에 기자들이 함께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기자들의 경비를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는 것을 해외공짜취재라고 부른다.
단체장과 해당 기자들의 입장만 놓고 보면 이른바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잡는 일이다. 단체장으로서는 공짜로 따라온 기자들이니만큼 나쁜 기사는 잘 안쓸테니 절로 홍보도 되고 본인 돈 안들이고 기자들에게 혜택을 베푸는 생색도 나니 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기자도 마찬가지다. 더불에 해외에 나간 양자 사이에 개인적인 친분도 돈독하게 쌓을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는 것이다. 왜 기자의 취재 경비를 해당 언론사가 아닌 주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 설명되지 않는다. 기자 직업윤리에도 어긋난다. 게다가 이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 유권해석이 내려져 있는 상태이다.
이완구 지사는 따가운 비판과 선거법 위반, 윤리의식 등 본인 하는 일에 거치적거린다고 느껴지는 모두를 한꺼번에 돌파하고 싶었나 보다. ‘역시 화끈하구나’ 하고 감탄해야 할까?
#3.
“왜 기자들은 가만있는데요? 자존심도 안상하나? 충남도 지원조례 어쩌구 하는게 다 기자들을 홍보수단으로 끌고다니겠다는 거고, 우리 돈 받고 공짜로 따라온 만큼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라는 거 아니냐고요? 돈 쓰는 도지사가 요새 애들말로 기자들 짱먹겠다는 거고. 그리고 그게 자기 돈이야, 다 주민 혈세지. 이러니까 지역 기자들이 욕먹는거 아니냔 말입니까” 수화기 넘어 흘러나오는 다소 격앙된 언어에 ‘네, 그렇죠, 맞죠’ 장단칠 수밖에 없었다.
#4.
3월2일 비장함이 감돌던 서울 산업은행 앞 결의대회장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날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100일간의 사회적 논의 뒤 표결처리. 여야 합의사항이었다. 장내에 모였던 기자와 PD 등 언론 종사자들은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무한 투쟁’을 외쳤다. 언론악법, 지역언론의 위기, 언론자유 투쟁, 그리고 해외공짜취재가 혼재된 속에서 2009년 새봄이 성큼 다가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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