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도시철도에서도 인턴사원을 뽑아 상견례를 한 적이 있는데 최종합격자 17명 가운데 이날 첫 출근한 인턴사원은 13명이었다.
▲ 김종희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
그리고는 인턴기간동안에도 본인의 포부를 펼 수 있는 직장에 취업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대학가의 학위 수여식장이 썰렁했던것은 사회 첫 출발을 축하받을 젊은이들이 많지 않아서일게다. 그만큼 실업난이 심각해 졌다는 반증인 셈이다.
통계청의 지난 1월달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15~29세) 실업자는 35만명, 여기에다 실업자나 다름 없는 취업준비생(52만명)과 그냥 쉬는 사람(31만명)을 더하면 한창 나이의 젊은이 1백18만명이 놀고 있으며 그 나이대의 경제활동인구(4백43만명)를 모수로 한 실업률은 25%가 넘고 전체 청년층 인구(약 1천만명)로 따져보면 약 10%가 실업 상태다.
이같은 실업난 때문에 딱히 결혼 적령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미루고 있을 정도로 경제위기 시대의 새로운 풍속도가 되고 있다. 여성들의 경우 농반진반으로 건네던 ‘결혼을 취업으로 간주한다’는 ‘취집’마저 어려워진 것이다.
실업난과 실직은 도미노처럼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뿐만 아니라 다른 계층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 가령 맞벌이를 하다가 여성이 실직하면 가정살림이 빠듯해지는데 그치지 않고 가정일을 대신해 줬던 가정부와 파출부 구인시장도 함께 얼어붙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청년 실업의 현황과 원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자 4명중 1명은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실업자가 되며 지금껏 이들을 길러내기 위해 사회가 부담한 비용을 감안하면 ‘실업’은 국가적으로도 자원낭비이자 어마어마한 손실과도 같다.
하지만 높은 청년 실업난에도 불구하고 어떤 기업들은 구인난을 겪고 있는 점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선 고용지원센터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며 구직자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과 그 기업의 미래등 본질적인 것보다는 ‘회사 위치’를 입사 조건으로 따지는 식으로 일종의 구인 기업과 구직자 사이에 ‘비합리적인 눈높이의 불일치’ 현상이 종종 빚어진다는 얘기다.
물론 구직자마다 타고난 재능도 있을터이고,하고 싶은 일과 그에 상응한 댓가를 받고 싶어하는 태도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젊어서는 고생도 사서 한다’는 열정과 패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단 어디든 들어가서 사회 경험을 쌓아보고 맘에 들지 않으면 적성에 맞는 직장을 찾을 때까지 회사를 옮겨 다니는 ‘잡 쇼핑(job shopping)’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이 일면 타당한 것은 이미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해야 함을 말해준다.
미국의 경우 평생 17번 직장을 옮기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미 4~5번씩 직장을 옮긴다는 통계가 있듯이 현재 취업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만 쳐다보면서 몇 년씩 허송세월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자꾸 늘어나는 것보다는 청년 실업률이 다소 올라가더라도 적극적인 구직자와 이직자가 많은 게 건강한 노동시장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가적인 안정적 일자리 확대 노력,고통분담과 함께 구직자들도 오늘의 일자리가 성에 차지 않는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희망하는 눈높이를 맞추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할때이다. 젊은 날의 초상이 언제나 화려하고 낭만적이며 만족스러웠다면 이 다음에 추억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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