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부족했던 시절... 도로.연료가 최대 현안이었죠"

"뭐든 부족했던 시절... 도로.연료가 최대 현안이었죠"

<반갑습니다 그때 그사람> 김보성 전 대전시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3-05 1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1974년부터 1980년까지 임명직 대전시장을 역임했던 김보성(82ㆍ사진) 대전시 행정동우회장. 80을 넘긴 나이임에도 건강한 모습이 안도감을 준다. 여전히 시민곁에 남아 지역발전에 매진하는 모습에서 지역원로의 아름다움을 읽을 수 있다. 대전시의 발전기에 현장에서 시정을 진두 지휘했던 주인공으로서 당시의 대전 모습과 근황을 들어봤다.


-대전이 시가 된 지 60년과 광역시가 된 지 20년이 됐다. 한참 개발 붐이 일었을 때 대전시장을 두 번이나 역임했는데 소감은 어떤가?

▲ 제가 시장에 부임하던 70년대만 해도 새마을운동이 한창 일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는 모든 게 부족한 때여서 시장이 ‘도·장·환(道ㆍ場ㆍ煥)’만 신경 쓰면 일 잘한다는 얘길 들을 때였다. ‘도장환’이란 도로포장하고 정류장, 화장장을 만들고 석탄·석유를 최대한 확보해 주민들의 연료난을 해결해 주면 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겠지만 당시에는 절박한 현안이었고 풀기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광역시가 되고도 20년이 흘러 지금은 대전시가 할 일이 한둘이 아니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시장을 역임하던 시절 국궁을 즐기는 등 운동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에는 어떻게 지내시는 지?

▲ 국궁 선수로 전국대회에도 출전하기도 했고 골프도 30년 쳤지만 지금은 국선도를 통해 단전호흡을 배우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한 시간씩 걷고 국선도로 호흡을 가라앉히는 것이 지금 나에게 맞는 최고의 운동이다.


-시장 재임시 대전의 모습은 어떠했는 지.

▲당시 대전에는 대전역을 빼고는 이렇다 할 자랑할 곳이 없었다. 새마을 운동시기에 맞춰 지금 한밭운동장도 그때 공사에 들어갔고 동부고속터미널도 재임할 때 공사를 시작했다. 대전시 곳곳이 공사장이었다.

반면 겨울철에는 난방용 석탄을 구하기 위해 시청 공무원을 직접 탄광에 출장을 보내 석탄을 다른 지자체에서 가져가기 전에 최대한 많이 사올 것을 지시할 정도로 뭐든 부족한 시기였다. 또 시장이 되어서 첫 사업으로 진행한 대전화장장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기억에 남기도 한다.


-대전이 농업의 소도시에서 교통도시, 이후 과학도시로 변화했는데 앞으로 대전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 지.

▲대전은 지금까지 진행한 데로 생명·과학 분야를 특성화한 도시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 공장도시로 대전은 다른 지역에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지형이다. 내륙도시의 단점인 높은 물류비와 비교적 좁은 공장 터를 생각했을 때 좁은 곳에서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생명과학도시가 알맞다고 본다. 또 그동안 대전시에서 축적한 노하우로도 충분히 과학도시로 전국을 이끌 수 있다고 본다.


-충청현안이 정부정책에 반영되지 않아 지역 소외론이 부상하고 있다. 대전은 ‘뿌리 없는 지역’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오는 데.

▲주인이 없는 지역이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주인 없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도 텃세를 부리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다. 텃세를 부린다는 것은 다른 지역의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다른 지역에서 와서도 별 거부감 없이 지낼 수 있는 곳이 대전이다. 몇 해 전 여론조사에서도 대전이 고향 다음으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꼽히기도 했다. 또 지금은 어디 가도 ‘민족’ ‘지역’ 등은 얘기해선 안 된다고 본다. 통합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 달라

▲제가 대전시장을 그만두고도 10여 개의 단체에서 회장을 맡고 있다. 지금은 하나씩 직책을 내려놓고 있다. 말 그대로 조용히 잊혀진 사람이 되려는 거다. 행정동호회 회장직도 내려놓으려 하는 데 아직 주변에서 조금 더 있어달라는 요구가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지금은 종교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고 평일에는 봉사활동도 참여하고 있다. 때가 되면 사람은 기억 속에서 조용히 잊혀져야 한다. 지금은 그런 연습을 하는 중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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