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경 전 엄사중학교장 |
그러나 최근 교육계의 동향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넘쳐난다. 전국적으로 일제히 치르는 진단평가와 성취도평가를 중단하자는 주장도 있고, 시험을 거부하고 체험학습에 임하는 학생도 생기고, 또한 성적결과 보고에 있어 조작과 오류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들이다.
강소국의 대표로 불리는 싱가포르에서는 초등학교 때 받은 국가고사 성적으로 하이스쿨(High School)에 입학한다. 학습대상에 대해 평가를 먼저 실시하여 개인과 집단의 정도를 파악하고 수준별 반편성을 한 후 교육활동을 시작하는 나라도 있다.
학력평가! 무엇이 무서운가? 평가는 개인차를 측정하는 잣대도 되지만, 교육과정을 보완하는 순기능이 더욱 크다. 학생들은 정상적인 학습과정과 공정한 평가에 의해 성장한다.
그러므로 전국단위의 시험이 일 년에 한 번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 초6, 중3, 고1에 한 번씩 평가하는 것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전학년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를테면, 고등학교는 수능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전국단위로 여러 차례 수능형태의 모의시험을 치른다. 이에 대해 학생이나 학부모나 교사가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 자녀의 실력과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다가, 중학교에서 받은 석차를 보고 경악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중·고등학교 때 학력평가를 거부하듯이, 대입이나 입사시험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대인이 정상적인 사회조직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면접이나 필기든 실적이나 인간관계든 평가를 떠나 살 수 있을까?
결국, 어느 제도가 학력을 신장시키고 교육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지는 자명해진다.
그래서 전교조도 바뀌어야 한다. 시험을 거부할 필요가 없다. 평가를 통해 수준별 개별화 지도를 강화해서 학생 각자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
미국의 교원노조 소속 어느 초등교사는 그의 저서 ‘지름길은 없다’에서, 학생들의 학습태도가 나쁘고 평가결과도 좋지 않은 학교에 자원하여 성공한 실례를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교과부도 무리할 필요가 없다. 구태여 시험을 안 보려는 학생들에게 보라고 강요할 필요가 없다. 모든 학생들이 자기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되, 성취도 검사가 주목적임을 감안하여 교사와 학생들의 명예를 믿고 무감독시험도 통하는 풍토를 살려볼 수도 있다.
다만, 학교와 교사가 스스로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학습지도 방법을 개선하고 면학분위기를 조장할 일이지, 교육청이나 학교별 순위를 매겨 학교장이나 교사의 심리를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교원의 사기를 꺾고 자발적인 참여를 저해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시험을 안 치르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평가결과에 대하여 교과부, 교육청, 학교, 교사, 학부모가 얼마나 현명하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차제에 학력평가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양질의 평가문항을 개발하고 시행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며 평가결과를 학력증진의 기초로 삼도록, 교육공동체 모두가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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