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경]학력평가, 무엇이 무서운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용경]학력평가, 무엇이 무서운가

[기고]김용경 전 엄사중학교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3-04 20면
  • 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벌써 정년으로 교육현장을 떠난 지 몇 년이 흘렀다. 지금도 가방 메고 학교로 향하는 손자 또래의 아이들만 보면 열정을 쏟던 그 시절이 그립다. 아이들의 얼굴엔 생동감이 있고 목소리엔 청아한 향기가 있다.

▲ 김용경 전 엄사중학교장
▲ 김용경 전 엄사중학교장
‘이 아이들이 커서 무엇을 할까? 어른들이 어떻게 키워야 바르고 넉넉하게 자라서 나라의 기둥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우리의 미래인 소중한 인재들을 무조건 잘 키워야 한다는 책무감으로 온몸에 전율이 이는 듯하다.

그러나 최근 교육계의 동향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넘쳐난다. 전국적으로 일제히 치르는 진단평가와 성취도평가를 중단하자는 주장도 있고, 시험을 거부하고 체험학습에 임하는 학생도 생기고, 또한 성적결과 보고에 있어 조작과 오류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들이다.

강소국의 대표로 불리는 싱가포르에서는 초등학교 때 받은 국가고사 성적으로 하이스쿨(High School)에 입학한다. 학습대상에 대해 평가를 먼저 실시하여 개인과 집단의 정도를 파악하고 수준별 반편성을 한 후 교육활동을 시작하는 나라도 있다.

학력평가! 무엇이 무서운가? 평가는 개인차를 측정하는 잣대도 되지만, 교육과정을 보완하는 순기능이 더욱 크다. 학생들은 정상적인 학습과정과 공정한 평가에 의해 성장한다.

그러므로 전국단위의 시험이 일 년에 한 번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 초6, 중3, 고1에 한 번씩 평가하는 것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전학년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를테면, 고등학교는 수능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전국단위로 여러 차례 수능형태의 모의시험을 치른다. 이에 대해 학생이나 학부모나 교사가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 자녀의 실력과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다가, 중학교에서 받은 석차를 보고 경악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중·고등학교 때 학력평가를 거부하듯이, 대입이나 입사시험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대인이 정상적인 사회조직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면접이나 필기든 실적이나 인간관계든 평가를 떠나 살 수 있을까?

결국, 어느 제도가 학력을 신장시키고 교육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지는 자명해진다.

그래서 전교조도 바뀌어야 한다. 시험을 거부할 필요가 없다. 평가를 통해 수준별 개별화 지도를 강화해서 학생 각자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

미국의 교원노조 소속 어느 초등교사는 그의 저서 ‘지름길은 없다’에서, 학생들의 학습태도가 나쁘고 평가결과도 좋지 않은 학교에 자원하여 성공한 실례를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교과부도 무리할 필요가 없다. 구태여 시험을 안 보려는 학생들에게 보라고 강요할 필요가 없다. 모든 학생들이 자기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되, 성취도 검사가 주목적임을 감안하여 교사와 학생들의 명예를 믿고 무감독시험도 통하는 풍토를 살려볼 수도 있다.

다만, 학교와 교사가 스스로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학습지도 방법을 개선하고 면학분위기를 조장할 일이지, 교육청이나 학교별 순위를 매겨 학교장이나 교사의 심리를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교원의 사기를 꺾고 자발적인 참여를 저해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시험을 안 치르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평가결과에 대하여 교과부, 교육청, 학교, 교사, 학부모가 얼마나 현명하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차제에 학력평가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양질의 평가문항을 개발하고 시행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며 평가결과를 학력증진의 기초로 삼도록, 교육공동체 모두가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