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양은 서울디지털대학교와 계간 ‘시작’, 월간‘에세이 플러스’가 공동 주최한 제3회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에서 ‘골드러쉬’외 4편으로 시 부문에 선정됐다.
한 양은 “언제인지는 몰라도 감히 시는 허락된 거짓말, 상처받고 버려진 것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인지 펜을 잡으면 사람들의 슬픔이 먼저 떠오르고 스스로 눈물을 담는 가슴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사를 맡았던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한 양의 시는 시적 언어의 활력과 가능성을 풍부하게 내장하고 있는 점이 돋보였다”며 “551명의 투고자 가운데 감각적 구체성과 감각적 체험에서 비롯된 시적 실감이 단연 앞섰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 양 이전의 최연소 등단은 1949년 만 17세의 나이로 등단한 고(故) 이형기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강순욱 기자 ksw@
<골드러쉬> -한지이-
라린코나다, 바람의 분진같은 사내 몇몇이 하루종일 동굴 천장에 매달려있다.
조도를 낮추며 새어들어오는 뙤약볕, 때때로 바람은 예고도 없이 굴 속에 침입한다.
그들은 라린코나다 갱도에서 지층의 나이테를 긁어모으고 있다.
강원도 정선 화암광산 안석탄처럼 검은 얼굴을 가진 아버지는 너무 오래 병을 참아왔다.
이젠 하나의 폐광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몸, 말을 내뱉을 때마다 호흡곤란처럼 세상이 가르릉가르릉 거렸다.
폐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것으로 보아 곧 밤이 찾아올 것입니다. 아버지는 꿈속에서 페루의 갱도로 들어서고 있을까
저녁은 독성 폐기물처럼 번지듯 퍼져오고 시간 위로 오래된 수면이 뚝 뚝 떨어지고 있다.
사내들의 허기가 뙤약볕에 황금처럼 반짝거린다.
안데스에 반흔으로 남겨진 것은 이들의 몸 속에 긴 세월 박혀있던 금들이 내비치는 것은 아닐까
빙하 밑 광산에 묻어놓은 뼈조각들이 우글우글 부풀어오르고 있다.
어둠 속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가는 발자국 소리.
사내의 등에 묻어있던 사금가루가 아버지의 폐로 날아든다.
시간이 전속력으로 공회전하는 오후 병실 아버지도 골드러쉬 행렬을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문 속 폭설같은 눈동자에서 이따금씩 아버지가 비춘다.
나는 혼자서 햇무리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다가 여기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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