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계는 10년 전 IMF 당시처럼 고환율의 영향으로 외국 번역 출판물보다 국내 중견 작가들의 작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경제논리라지만 전문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가 어려울수록 독자들은 문학작품이나 문화생활을 통해 이를 위로받으려 한다. 이 때문에 우리네 삶의 기본 단위인 가족을 다룬 책들은 어김없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다. 실제로 10년 전 김정현의 ‘아버지’가 있었다면 10년 후인 지금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그런 현상을 증명하고 있다.
또 하나 두드러진 현상은 경기침제와 취업난 등으로 ‘자기계발’ 영역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이다. 빅뱅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가 발간되자마자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각 서점에는 어학서의 판매량이 늘고 있으며, 쏟아지는 자기계발서는 경제위기로 중심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내실 없는 책이 쏟아지게 되면 출판계의 수준이 저하되고 이는 결국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전 출판시장의 한 언저리에서 볼 수 있었던 대필작가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은 실속이 없거나 전문성이 결여된 책은 이제 더 이상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음을 설명하고 있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시대의 흐름에 살짝 올라타는 책들은 이제 그 생명력을 잃고 있으며, 대부분 책은 시대의 흐름에 의해 선택되고 있다”며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어 낸다면 어두운 출판계에도 분명히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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