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미술 기초역량의 결정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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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미술 기초역량의 결정 요소

<변상형의 문화스펙트럼>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3-04 10면
  • 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
지난달 25일 심향 박승무 선생에 관한 평전(‘소요(逍遙), 그 깊고 그윽한 향기’,황효순 저,심향 박승무 선양위원회 간행) 출판기념회가 우리지역에서 있었다. 심향 화백은 1893년 옥천에서 태어나 1980년 7월 25일 88세로 대흥동 자택에서 생을 마감한 우리지역의 한국화가로서 자신의 올곧은 화업을 일군 작품세계의 중요도에 비해 일반인에게는 덜 알려져 왔다.

말년을 대전에서 지낸데다 묘소가 보문산 뒤 목달동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이 지역과는 깊은 인연을 지녔다. 조선시대 말 ‘개화’라는 이름으로 서양의 문물이 혼란스럽게 유입되던 시대적 상황에서도 근대 한국미술계의 한 주축으로 우뚝 성장할 수 있었던 심향 화백에 관한 삶의 궤적을 정리한 소중한 결과가 비로소 지역의 관심있는 일반인들에게 소개된 뜻 깊은 자리였다.

소림 조석진과 심전 안중식이라는 두 스승과의 만남을 비롯, 6대 화가로 손꼽힐 만큼 근대 주요작가로 알려진 심향의 작품세계의 진면목과, 그가 왜 중앙화단과 등지면서까지 야인작가로서의 삶을 고집하며 작업에만 몰두하였는지 등의 이유를 평전을 통해 알 수 있게 됐다. 우리지역에서 보기 드문 본격적인 작가연구의 한 사례가 되었다는 점에서 지역미술인들에게 의미 있는 자리로 남을 것임에 틀림없다.

작가는 작업의 결과인 작품으로 말하고 평가되지만 작품을 단지 물질적인 결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작품은 작가가 처해 있던 시대적, 사상적 환경을 통해 빚어진 작가정신이 담겨진 창이고, 인생의 여정이 고스란히 그 안에 함께하고 있는 기록이다. 따라서 작품을 본다는 것은 곧 작가를 봄과 동시에 시대를 보는 것이고, 문화를 보는 것이 된다.

나아가 한 작가의 일생과 함께 작품세계를 조명해보는 작업은 단지 작가 개인에 대한 평가 작업 외에도 그 지역과 시대가 함께하고 있었던 미술사적 흐름을 진단하고 역사를 만들어 갈 지역의 역량을 쌓아가는 걸음일 것이다. 때문에 지역의 미술사적 연구에 있어 그 안에 축적되어 있는 문화콘텐츠를 인식하고 발굴하는 작업을 지역 스스로의 의지와 역량으로 지속적으로 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의 작가를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작업의 과정과 의미를 미술관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해왔던 관행에서 벗어나 작가 연구의 기초가 되는 평전과 같은 기본적인 평가사업을 통해 축적해나감은 지역미술계 발전에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지역미술계가 시작되던 시기에 가까운 지인의 권유로 대전에 정착해 타계의 순간까지 23년간을 이 지역에서 활동했던 심향 화백에 대한 평전사업은 지역미술계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일궈내는 시작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동안 대전미술계의 시작을 열었고 배출된 걸출한 작가들이 한둘이 아니었음에도 그들을 되돌아보기 위한 어떤 자료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음은 이 지역미술계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기에 작가 사후 수십 년이 지나면서 잊혀져가는 듯했던 심향 화백을 기리는 몇몇 지인들이 중심이 되어 심향선양위원회가 결성되고 대전시의 도움으로 사업이 진행된 것은 대전미술인으로서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역미술문화계의 뿌리 찾기는 단지 몇 건의 일회적인 결과물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전미술계의 터전을 마련하고 씨앗이 되어주었던 스승들을 생각해볼 때, 대전미술계는 미천한 역사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바탕이 되는 이해와 노력이 미흡한 미천한 역사를 가졌을 뿐이다. 근대 이후 전국의 지역 미술계를 살펴보면, 지역미술계의 형성 시기는 대개 다 엇비슷한데다, 작가적 층위와 그 조형성도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전국적인 비율로 따져보았을 때 대전과 인근에서 배출된 작가적 층위는 타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우리지역이 갖고 있는 미술계의 자산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료사적으로나 미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자료정리와 정당한 평가 작업들이 더욱 더 빨리 이루어져야만 지역미술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지름길을 찾게 될 것이다.

심향 박승무 선생의 평전사업을 계기로 삶의 궤적조차도 아직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수많은 지역미술인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더욱 더 많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지역미술의 기초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지역화단의 역사를 얼마나 잘 정리해놓았는가도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역사는 저절로 쌓아지는 것이 아니라 쌓아가는 것이라 할 때, 우리지역의 미술사도 이런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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