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엄마의 통장 잔고는 '희망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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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엄마의 통장 잔고는 '희망 바이러스'

<화제의 책 : 엄마의 은행통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3-04 12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경제난과 함께 새로운 코드로 자리 잡은 [엄마], [가족애]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필두로 공지영의 엄마 이야기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등이 소설과 비소설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쉽게 만든다.

<엄마의 은행통장>은 경제대공황을 지나고 1차 세계대전을 겪고 있던 미국인들의 피폐해진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주었던 가족 소설로 영화, 연극, 방송드라마로 제작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베스트셀러이다. 제목에서 약간은 경제경영서 냄새가 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고 어려운 가정을 이끌어가는 억척스러우면서도 현명한 엄마라는 인물을 17개의 단락으로 나뉘어 소개하고 있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이 소설의 작가 캐스린 포브즈는 19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지만, 본명이 캐스린 맥린으로 19세기 초 할머니가 미국으로 이민한 노르웨이 계 미국인이다.

라디오 극본과 회고록을 집필해 오다 30대 중반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에 단편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1943년에 발표한 <엄마의 은행통장>은 이민 1세대들과 그 자녀들이 엮어가는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삶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출간 이후 지금까지도 세대를 거듭하며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온 대표적인 가족소설이다.

1944년 극작가 존 반 드루텐에 의해 각색되어 <엄마를 기억하며>로 무대에 올려졌고, 1948년 영화로도 상영되었으며, 이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오랜 기간 인기리에 드라마로도 상영되었다. 작가는 1966년 캘리포니아에서 생을 마감했다.

처음 책을 펼치면 <나를 키운 두 개의 통장>이란 소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엄마는 매주 토요일이면 아빠가 가져온 작은 봉투 속의 돈을 세나간다.

그리고는 가장 높게 쌓인 은전을 보며 “ 이건 집 주인 것.”“이건 식료품 살 것. 이건 카트린 신발 밑창 갈 것. ” 이렇게 하다 보면 동전 무더기가 줄어들고 어느덧 동전 무더기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그러면 엄마는 “잘 되었구나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되겠어.”라고 위안을 하신다.

그러나 엄마는 한 번도 은행에 가본 적이 없으면서 아이들에게는 항상 비상시에 대비한 은행 통장이 있으니 안심하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하곤 했다. 아이들을 안심시키고 따뜻하게 했던 그 통장 안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을지는 여러분들이 이 소설을 보시지 않아도 짐작할 것이다.

엄마들이라면 한번쯤 가족을 위해 갖고 싶은 통장 이야기가 연극적인 소녀 카트린의 눈을 통해 경쾌하게 전개된다. 이제까지 우리가 만났던 ‘엄마’ 이야기와 달리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엄마는 그야말로 뻔뻔스럽기도 하고, 머리로 안 되면 몸으로 부딪히고 보며, 위트가 넘치는 엄마다. 엄마를 따라 일상의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오늘 우리들의 짐을 당당하게 메고 갈 힘과 용기가 솟아날 것이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대부분 추억에 잠겨 가슴 한 구석이 무거워지거나 눈물을 흘리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엄마는 아주 경쾌하고 사랑스럽다. 엄마는 절대 완벽한 엄마가 아니다. 그런데 이 평범한 엄마에게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언제나 아이들을 위해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특히 어떤 상황이 닥쳐도 아이들이 스스로를 귀중하게 생각하도록 배려하고 격려했다.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카트린이 단 것에 대한 유혹을 참지 못하고 사탕을 훔쳐 먹다 들킨 상황에도 엄마는 ‘창피와 슬픔을 이겨내는 법’을 유쾌하게 얘기해준다.

산통을 겪으면서 죽음을 예견해 불안에 떨고 있는 크리스틴 옆에서 엄마는 태연한 척 맛있게 점심을 먹는다. 엄마는 절망적인 순간을 사소하게 만들어 버린다.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것은 언제나 일상의 힘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소설 속에서 엄마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It’s good!”이다. 때론 기분이 좋아서, 때론 아이들을 격려하며, 때론 의지에 가득차서 했던 영어가 서툰 엄마가 어설프게 표현했던 말이 바로 “It’s good!”이었다.

엄마의 귀여운 딸 다그마르가 아팠을 때 대처하는 것을 보면 엄마라는 큰 거인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귀여운 딸 다그마르의 귀앓이가 심해져 의사 선생님이 왕진을 오셨지만,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엄마는 수술비가 없었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했지만, 의사는 무료로 치료해 주는 카운티 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엄마의 마음은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형편만큼만 돈을 내면 되는 클리닉에 다그마르를 데려갔고 결국 클리닉에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병원이 수술 환자는 24시간 동안 가족에게도 면회를 해주지 않고 안정을 취하게 하는 규칙이 있었다.

엄마는 간호사에게 생떼도 써보고 부탁을 했지만, 내일 다시 오라는 말만 듣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엄마는 커피를 연속해서 두 잔을 마신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오늘 다그마르를 만나야 한다고 되뇌인다.

그리고는 다시 다그마르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가서는 코트와 모자를 벗고는 나더러 들고 있으라고 했다.

엄마는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창고로 들어가서는 대걸레를 꺼내들고 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간호사가 쳐다보자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이 아주 더럽네요.” 엄마가 말을 걸었다.
“정말이에요. 드디어 바닥청소를 하기로 결정했나 보죠? 반가운 일이에요.”

간호사가 대답하면서 궁금한듯이 엄마를 쳐다본다.
“너무 늦게까지 일하시는 거 아닌가요?”

엄마는 그렇게 간호사 눈치를 보다가 다그마르의 병실까지 다가가 다그마르를 만나고 오셨다. 그리고는 다그마르에게 병원규칙에 대해 말해주고 다그마르가 괜찮은지를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훌륭한 병원이야.”

엄마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금세 혀를 차며, “하지만, 바닥이 정말 엉망이던걸. 대걸레론 모자라. 바닥은 역시 솔로 빡빡 닦아야 한다니까.”

세상에 이런 엄마는 없었다. 심각한 ‘엄마’는 사절! 위기의 순간에도 웃음과 미소로 인생의 무게를 경쾌하게 발로 차버린 ‘엄마 교과서’ 를 보면서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엄마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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