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 뒤 만 하루 만에 중상해 기준에 나오면서 큰 틀에서 ‘기준’이 잡혔다는 안도감이 있는가 하면 실무과정에서 겪을 혼란에 대한 걱정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헌재 결정 이후 하루가 지난 27일 중상해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생명유지에 불가결한 주요 장기의 중대한 손상, 사지절단이나 신체기능의 영구적 상실, 하반신 마비 등 사고 후유증으로 완치 가능성이 희박한 질병을 가져온 경우를 ‘중상해’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또 치료 기간, 노동력 상실률, 사회적 통념을 개별 사건 처리에 따라 중상해 기준에 첨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서둘러 이같은 기준을 마련한 이유는 중상해 기준이 없어 일선에서 사고처리 혼란 우려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대해 대전 모 경찰서 교통사고 처리 관계자는 “헌재 결정 이후 중상해 기준이 없어 상부에서 현재 사고처리를 중단하라고 지시하는 등 혼란이 우려됐지만, 검찰이 조속히 가이드라인을 내놓아 어느 정도 사고 처리 기준이 잡혔다”고 위안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까지도 중상해 기준이 모호해 사고처리에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가이드라인에 ‘전치 몇 주 이상은 중상해’라는 식의 명백한 기준이 없고 중상해 판단 여부가 객관적이냐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
또 각각의 병ㆍ의원 담당 의사에 따라 상해진단의 차이가 들쭉날쭉할 수 있다는 점과 경찰에 중상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공신력있는 판단 시스템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서류 1장으로만 처리했던 사건에 대해 이제는 경찰이 발품을 팔아가며 현장 조사, 피의자 신문 등을 직접 수행해야만 해 업무 가중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중상해 기준마련으로 일선 경찰들의 혼란은 어느 정도는 해소된 것 같지만 실제 업무를 처리하면서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어 보다 명백한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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