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2층을 가득 메운 이용객들이 모니터 앞좌석은 물론 계단까지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경마장을 찾은 사람이 3000 여명은 돼 보였다.
경주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니터에 집중됐고 객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자신이 베팅한 경주마의 이름을 외치고 1분 정도 지나 승패가 갈리고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베팅에 실패한 사람들은 머리를 쥐어 잡고 후회하고 있었고 일부 사람들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인테리어 일을 한다는 A씨(40)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요새 일감이 거의 없어 주말만 되면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한번 제대로 걸려 대박을 터트리길 바라고 경마를 하지만 벌써 수백만원을 잃었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경기 불황으로 실업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청년층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B씨(27)는 “취직을 하기 위해 이력서를 수십통은 쓴 것 같은데 돌아 온 것은 절망뿐이었다”며 “용돈 벌이라도 해 보려고 경마에 손을 댔는데 돈 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정주부로 보이는 중년여성도 베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벌써 5번째 경주를 하고 있다는 C씨(50ㆍ여)는 “집에 있기 심심해서 남편을 따라 경마장에 오게 됐다”며 “베팅을 할 때마다 돈을 잃지만 언젠가는 돈을 딸 거라는 생각에 계속하게 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처럼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급증해 도박중독자의 양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이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만한 마땅한 시설도 전무한 상태여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 대전 화상경마장의 2월 하루 평균 마권 판매액은 13억 7000만원으로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화상경마장이 도박중독자를 양산하는 등 사회적 부작용이 크지만 정부의 사후대책이 전무한 상태”라며 “지금이라도 치료시설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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