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 물 싸움은 해결되기보다는 소송까지 가는 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물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기구 신설이 요구되는 등 이를 총괄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강수계치수사업 지역 간 내홍= 금강수계치수사업을 놓고 충남 금산군과 전북 무주군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두 지역 간 갈등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하 익산청)이 행정구역은 금산군이지만 생활권이 무주군인 금산군 부리면(방우리 마을) 경계지역(무주군 무주읍 내도리 앞섬마을)에 금강전도제 개수공사를 실시하면서 부터다.
방우리 마을 주민들은 직선거리로 수백여 m에 불과한 무주로 진입하기 위해선 강변을 끼고 돌았지만 이마저 물이 불면 길이 끊겨 고립되기 일쑤였기 때문에 제방 위에 통행로를 만드는 개수공사에 적극 찬성해 왔다. 그러나 전북 지역 환경단체가 자연생태계 보존을 위한 반대 운동을 적극 펼치자 환경단체와 방우리 마을 주민 간 갈등으로 번졌다. 이 지역에는 한 때 ‘찬성’과 ‘반대’란 상반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감리단 관계자는 “한 때는 ‘공사를 즉시 중단하라’는 환경단체와 ‘공사를 즉시 강행하라’는 주민들의 항의 전화에 골머리를 앓았다”며 “특히 환경단체와 주민들 간 입장이 분명히 갈리면서 이 구간의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웅천폐기물매립장 주민 간 끝 모를 갈등=보령시 웅천면 웅천폐기물매립장 증설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보령시와 서천군의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보령시 웅천 폐기물매립장은 지난 1999년 2차 매립 허가를 거쳐 2001년 완공됐다. 그러나 B업체가 지난 2006년 일일 150t의 침출수를 배출하는 폐기물매립장 증설 계획을 추진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 결국 법정공방으로 까지 이어졌다. 보령시는 B업체가 신청한 매립장 증설 계획이 환경피해에 따른 민원 유발 소지를 들어 ‘불가’ 방침을 달았으나 법원이 결국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서천군이 발끈한 것이다.
웅천매립장과 인접한 서천군 서면지역 주민들은 매립장이 조성될 경우 보령시 보다 더 큰 직.간접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매립장 조성에 따른 환경피해 예측 조사가 끝나는 대로 충남도와 환경부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서천군은 폐기물 매립장이 조성되면 농경지 오염과 생태계 교란, 김양식장 피해 등 서천지역 청정지역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강하구둑 지역간 갈등 확산=서천군은 지난 1990년 금강하구둑이 건설된 이후 오염물질이 퇴적하면서 금강의 수질이 나빠져 4급수로 전락,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며 전체 1.84km에 달하는 하구둑 가운데 200m 구간을 터 해수 유통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정부와 충남도가 추진 중인 금강살리기사업의 핵심인 기수역 복원사업과도 맞물리는 것으로, 기수역이 복원되면 하구둑에서 12km 상류인 서천 한산면 갈대밭까지 바닷물이 유입돼 금강 수질이 개선되고 하구둑 축조로 훼손된 생태계가 살아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하구둑 제방을 뜯어낼 경우 금강호의 민물을 새만금담수호 희석수로 사용하려는 전북도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 전북도와 군산시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충남도와 전북도는 둑을 텄을 때 해수가 어디까지 올라올지, 해수가 유통될 경우 문제점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파악해 서로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농수산부가 연간 3억 6000㎡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용수공급과 4000ha의 토지의 침수피해를 들며 금강하구둑을 현재로 존치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두 지역 간 논란은 조만간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포럼코리아 최충식 사무처장은 “지자체간 물 싸움은 공공의 목적이라는 당위적 개념과 소수 피해자 입장, 수리권으로 인한 지역간 갈등, 이ㆍ치수 개념과 생태계 보전 사이의 정책 갈등 등 다양한 양태로 번지고 있다”며 “이러한 물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기구 신설이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양수 기자 coolj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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