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A은행 영업지점에서 지난해부터 여신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김상준(38ㆍ가명) 차장은 해가 바뀌어도 높아지는 고객의 연체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기 감사에서 연체율이 높은 게 나타나면 그대로 인사점수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 차장은 연체율을 낮출 방법을 다각적으로 찾아보곤 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연체를 강제로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애꿎은 부하직원에게 연신 짜증만 부리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함께 국내외의 경제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여신업무를 맡고 있는 은행원들의 표정이 잔뜩 찡그려지고 있다. 여신분야에서의 민원도 늘어나고 있을 뿐더러 감사를 앞둔 영업점에서는 연체실적(?)이 부정적인 평가를 낳을 수 있어 걱정만 쌓이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제 지난달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동월(0.92%) 대비 0.58%포인트(전년말보다 0.42%포인트 상승) 상승한 1.50%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동월말(1.15%) 대비 0.89%포인트 상승한 2.04%를 나타냈다. 지난달 가계대출 연체율은 0.82%(주택담보대출 0.66%)로 전년동월말(0.67%) 대비 0.15%포인트 올랐다.
또 지난해 은행ㆍ비은행권에서의 금융민원(3만31건) 가운데 여신민원은 8177건으로 가장 높은 비율(27.2%)을 나타냈다. 이는 6059건(21%)의 여신민원이 발생했던 전년과 비교해 볼 때 6.2%포인트가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신업무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은행원들이 이를 기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금융권에서도 여신 민원과 관련, 소송이 발생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신뢰도도 낮아지고 있다.
지역 금융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아감에 따라 해당담당자의 주름살이 늘어가고 있다”며 “민원, 소송 등에 시달려 정직 등 징계를 받은 은행원도 있는 만큼 여신업무를 피하려는 게 속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이경태 기자79y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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