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물건과 숨바꼭질하는 소비자

얼마 전 인터넷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한 주부 A씨(32ㆍ서구 관저동)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주문했던 물건이 문 앞에 놓인 채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화를 억누르고 물건을 배달한 택배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가 “아무 연락도 없이 물건을 집 앞에 그냥 두면 어떻게 하느냐,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책임을 질 거냐”고 호통을 치자 택배기사는 “기억이 잘 안 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A씨는 무책임한 택배기사의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
최근 택배를 통해 물건을 보낸 B씨(50ㆍ서구 변동)는 600만원이 넘는 요리사 칼 세트를 잃어버리고 땅을 쳤다.

택배를 보낼 때 운송장에 고가의 제품이라는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택배회사로부터 약관에 기재된 50만원만 보상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B씨는 “물건을 보낼 때 일일이 물건 가격을 다 기재 하냐”며 “물건을 잃어버린 택배회사에서 보상을 못 해주겠다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처럼 택배기사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고객에게 연락하지 않고 전달해야 할 물건을 집 앞에 그냥 두거나 소화전, 우유 주머니에 넣어둬 물품이 상하거나 잃어버리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또 택배물품을 보낼 때 운송장에 고가물품이라는 것을 표기하지 않아 물건을 분실해 피해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피해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26일 대전주부교실에 따르면 배달지연, 불친절 사례, 물품 파손 등 택배 관련 피해사례는 올 들어서만 10여건이 접수되는 등 피해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피해사례들은 대부분 택배업체들이 영세한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배송 책임을 전적으로 떠넘기기 때문에 수시로 빚어지고 있다.

일부 하청업체들은 수익에만 눈이 멀어 배달물품을 무리하게 늘려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택배회사 관계자는 “봄철에 택배물량이 늘고 있는 추세에 있다”며 “계약관계에 있는 일부 업체에서 배달물량을 더 따내기 위해 무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 직원교육을 철저히 시키겠다”고 했다.

대전주부교실 관계자는 “택배로 물건을 보낼 경우 반드시 운송장에 물건 금액을 기재해야 나중에 분실했을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받는 사람의 연락처도 정확히 기재해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