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이 아니라서 입대한다고 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유롭지 못함의 불편함이 나를 엄습해왔다. 어떻게 해서라도 군 입대를 모면해보려는 갖가지 노력(?)들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훈련 중 특히 군 출신의 대통령덕분에 야간훈련이 강화되어 더욱 힘들기는 했지만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다 지나간 추억들이다.
▲ 윤윤로 연합피부비뇨기과 원장 |
장시간의 격리와 자유롭지 못함이 만들어낸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자유로움이란 독립적인 인간이어야 또한 느낄 수 있다. 물론 독립을 위해서는 책임과 대가가 반드시 수반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어머니의 탯줄로부터 독립하지 않으면 산모와 아이 둘 다 위험하게 된다. 과감하게 탯줄을 잘라주어야 한다.
모체로부터의 육체적 독립이다. 이젠 먹여살려줄 탯줄이 없으므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스스로 호흡해야 되며 배고플 때는 해결될 때까지 울어야 한다.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정신적인 독립이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부모에 의지하는 마마보이가 되어서는 독립된 인간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요즈음 자녀들이 하나나 둘밖에 없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시험에까지 엄마의 치마 바람이 작용한다고들 하는데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결국에는 둘 중 하나 아니면 둘 다 상처를 입게 된다.
온전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독립된 개체가 되려면 정신적으로도 독립되어야 한다. 이는 부모를 팽개치라는 말이 아니다. 부모로부터 독립된 온전한 개체로서 부모를 공경해야 된다는 뜻이다. 부모 또한 이러한 사실을 각성해야 될 것이다. 사람은 육체와 정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이 존재하는 영적동물이다. 이점이 바로 짐승과 구분되는 경계선인 것이다. 사람이 성숙하려면 영적성장도 이루어져야만 한다.
육체와 정신이 성숙된 사람도 만나기는 힘들지만 그도 결국 공허함 속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영적성장 없이는 진정한 자유로움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유대인의 지혜로운 왕 솔로몬은 잔치 집보다는 초상집에 가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먹고 마시며 웃고 즐기다가 오는 잔치 집에서는 얻을 것이 없고 육과 영이 분리되어 이젠 말없이 하나의 물체로서만 누워있는 초상집에서라야 영적 각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이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와 명예 또한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라는 말이 실감이 되는 것이다. 어떠한 것으로부터 ‘자유롭다’라는 것은 그것에 의해 지배당하지 않아야 하며 그것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담배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담배를 마음껏 피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담배로부터 독립되어 담배가 있든 없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를 말할 것이다. 부부간에도 마찬가지로 서로에 의존하기보다는 완숙한 독립된 개체로서 서로 사랑하고 존경한다면 상처받지 않고 건강한 관계가 지속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참다운 자유로움을 갖는다는 것을 잘못이해하면 아무런 책임이나 대가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 것(방종)으로 착각할 수 있다. 육체, 정신, 영적인 성숙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이러한 성숙을 바탕으로 한 서로를 향한 깊은 사랑은 진정한 자유로움을 얻는 첩경이 아닐까? 인간은 완전할 수 없으며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외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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