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브랜드에 대한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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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브랜드에 대한 잡담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2-27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공주가 임신했다’― 귀족적 요소와 성적인 요소를 섞으라는 과제에 학생이 쓴 제목이다. SF(공상과학소설)적인 요소를 가미하라 했다. ‘별나라 공주가 임신했다’였다. 미스터리의 요소를 더 요구하자 ‘별나라 공주가 임신했다. 누구의 아이일까?’가 나왔다. 종교적인 요소를 추가하라고 했다. 답: ‘별나라 공주가 임신했다. 오마이갓, 누구의 아이일까?’


투둥 투둥 투다다다다∼. 투둥 퉁퉁퉁 투두둥 퉁퉁. 두두둥∼ 두두∼둥 두그둑 두그둑. 들을수록 말발굽 소리다. 그 오토바이 배기음을 ‘포테이토 포테이토 포테이토(potato―potato―potato)’로 듣는 서양 사람 귀가 의심스럽다. 소음까지 브랜드이다. 고급 쌀 ‘탑 라이스’에 선정된 태안 쌀 ‘갯바람 아래 노을에 물든 쌀’의 긴 서술형도 차별화다.

서산 ‘뜸부기와 함께 자란 쌀’은 최근 아프리카 가나에 수출됐다. 개인, 연합단체, 지자체가 출시한 쌀 브랜드만 전국에 1200개가 넘는다. 그러나 수십 개의 2등, 3등보다 1등 짜리 주력상품 하나가 브랜드 가치 전문화와 광역화에는 유리하다. 일벌떼보다 여왕벌 한 마리의 브랜드 파워가 때로는 아쉽다. 다다익선이 다는 아니다.

▶텍사스 어느 도시의 선술집. 목장 주인 둘이 대화를 나눈다. “목장 이름은요?” “레이지엘바티서클큐슬리피시트라이앵글디, 라고…” “소가 꽤 많겠군요.” “브랜딩에서 살아난 소가 얼마 안 돼서…” 소 엉덩짝에 지지는 ‘낙인(烙印)’이 ‘브랜드’인데(상품이 든 나무통에 제조업자 표시한 것도 브랜드의 기원), 긴 브랜드가 찍힌 소가 어찌 배겨날까 싶다.

토박이 한우라는 뜻의 ‘토바우’는 충남지역 축협의 광역 브랜드다. 이 시점에 ‘워낭소리’라는 브랜드가 나온다면 성공할까. 영화의 상징이 강해 먹을 맛은 달아날까.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다. 자장면을 먹자니 얼큰한 국물이 그립고 짬뽕을 먹자니 춘장 맛이 그리워 나온 ‘짬짜면’은 상징과 본질의 결합이다. 남녀가 갯벌에서 뒹구는 영화를 보다 보령시장이 창안했다는 보령 머드축제는 상징 이미지와 본질 이미지를 조화시킨 사례. 머드 화장품에 신비주의 요소만 가미한다면 ‘대박’이겠다.

▶인식에도 거품이 있다. 마른 사람이 뭘 먹고 걸어가면 “여태 점심을 굶었나” 하다가도 살집 있는 사람이 그러면 “저러니 살이 찌지” 하고 멋대로 단정하는 거품현상. 거품을 일으키며 가라앉히며 브랜드 시대는 계속된다. 공룡 뼈를 통해 우리가 선사의 인류를 짐작하듯이 후대의 인류는 브랜드를 통해 우리를 짐작할 것이다.

브랜드로 오래 살아남으려면 무의식을 자극하는 친근성을 갖고 시장보다 고객의 머릿속으로 먼저 들어가야 한다. 택시도 브랜드라면, 가령 대전의 ‘한빛콜’, ‘양반콜’의 택기 기사는 승객 안전과 편리라는 본질 가치에 충실한 브랜드 마케터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임신한 공주 예시처럼 브랜드 이름도 이름이지만 실질이 중요하다.

▶특정 국가에서 ‘코카콜라’ 하면 그냥 미국이다. 셰익스피어 고향 ‘에이본’은 고스란히 브랜드가 됐다. ‘소비자’ 마음만 잡는다면 ‘부여’나 ‘공주’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는 변덕스럽다. 삼겹살 불판 앞에서도 A소주, B소주, C소주의 브랜드를 떠올리며 광고의 배우 웃음과 몸매까지 저울질한다. 여자 마음이 갈대라지만 그러기로 치면 소비자 마음은 갈대밭이다. 마케팅적 측면에서는 시청자와 독자의 마음도 그런 것 아닌가!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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