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래도 동네 목욕탕이 좋더라고. 예전부터 딸내미와 동네 목욕탕에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때도 밀고하던 그곳이 낫지..”
동네 사람들이나 가족들이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 등을 나누던 동네 목욕탕, 동네 이발소 등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한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 업소의 등장과 주 5일제 영향으로 목욕, 미용 등이 사회·여가생활 등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상 속에 많은 이들이 대형업소로 향하지만, 옛것을 그리워하고 찾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명절이나 일요일이면 ‘때 빼고 광내기’ 위한 동네 사람들과 부자·모녀지간의 가족들로 북적거렸던 동네 목욕탕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있다.
목욕시설과 사우나, 노래방, 음식점, 게임방 등 다기능이 갖춰진 대형 찜질방의 등장에 동네 목욕탕이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 찜질방의 회원·카드 할인, 24시간 영업 등도 동네 목욕탕엔 악재로 작용했다. 동네 이발소나 미용실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기는 마찬가지다.
헤어숍이라고 불리는 다기능 미용실의 등장은 남성들에게도 이발소보다는 헤어숍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여성들도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손톱을 손질하는 등 다양한 여가생활을 겸할 수 있는 헤어숍을 선호하고 있다.
동네 여관과 여인숙도 대형 모텔 등에 밀려 줄어들고 있다.
시설이 잘 갖춰진 모텔들이 최근 2만원대 내외의 저가 경쟁까지 돌입하면서 동네 여관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새 동네목욕탕은 28곳, 이발소는 54곳, 여관·여인숙은 52곳이 감소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영화관, 음식점, 마트, 약국 등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이런 대형시설을 반기는 눈치지만 예전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여전히 동네 시설을 찾는다.
시설로는 대변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동네 목욕탕을 고집한 염영순(79)씨는 “얼마 전 찜질방이라는 곳을 가봤는데 너무 어지러웠다”며 “이웃들이나 딸내미들과 다니는 동네 목욕탕이 자신에겐 맞다”고 말했다.
시민 박성진(47)씨도 “여전히 동네 이발소를 이용한다”며 “이웃들의 이야기 등을 나눌 수 있는 이발소가 자신에겐 편안한 장소”라며 옛것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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