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숙빈 을지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
대학에 있는 내 입장에서는 사회로 나갈 준비를 마친 학생들의 취업이 어렵다는 게 무엇보다 가슴 아프다. 다 큰 어른(?)이 경제적 독립이 되지 않아 어린아이처럼 퇴행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그들이 키운 꿈을 펼치려 해도 무대가 없다는 것에 무척이나 속이 상한다. 어떻게 해야 우리 젊은이들이 이 위기를 이겨내고 꿈을 펼칠 수 있을까?
위기(危機)는 ‘위험’이자 ‘기회’라고 한다. 위기는 그 특성상 반드시 끝이 있다. 그러므로 견뎌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견디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머리 아프고 어두운 이야기라고 피해버릴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표현하고 그 원인을 깨닫고 극복을 배우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만약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요즘 아이들’이라면 이 기회에 어려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하자. 위기가 위험이자 기회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측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그래서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고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위기 이전보다 더 성장한다는 것, 삶의 레퍼토리가 늘어난다는 것. 그것이 위기의 긍정적 산물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꽃이 더 크고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가.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고 실천하도록 하자. 효과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위기를 이겨낸 경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작은 일에서부터 용기를 가지고 실천하자. 얼마 전 서울시에서 외국어를 잘하는 관광택시 기사를 모집했다고 한다. 계획단계에서는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택시 기사를 지원하겠느냐고 회의적으로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는데 막상 모집해보니 대단히 많은 사람이 몰렸다고 한다.
실업난이 심각한 탓도 있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생각이 확산된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건 결과는 그랬다. 따지고 보면 택시 기사가 뭐 어떻기에. 그저 사회 통념상 직업의 귀천을 나누고 고정관념이 우리를 얽어매고 있을 뿐이다. 이전에 무엇을 했든 간에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용기는 아름답고 이런 선택은 편안하고 풍요로울 때보다 위기감을 느낄 때 더 가능하다. 남을 다치고 상처 주는 일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 할 수 있고 어떤 일이 할 수 없는 일인가. 물론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상황에 따라 해야 하는 일도 있다.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귀해진 이 위기에 직면하자. 진정한 마음으로 경험하자. 그러면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수준 높은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추운 이의 입장도 알 수 있고, 힘든 이의 고단함도 이해할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어려운 것은 꿈으로 간직하라.
사실 꿈을 이야기하라고 할 때 무엇(what)이 되고 싶은 희망을 말한다. 그런데 진정한 꿈은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되어 어떻게(how)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때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좀 더 멋지게 꿈을 실현하게 한다. 어려움을 아는 사람만이 무엇인가 되었을 때 진정으로 감사할 수 있고, 그 진실함을 바탕으로 어떻게 할지 올바른 방향을 알기 때문이리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