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을 보고 있는데 술에 취한 한 남성이 문을 열려고 했기 때문이다.
A씨는 “남여공용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는 신경이 쓰여 제대로 못 보고 나올 때가 많다”며 “가끔 화장실 문이 고장이나 잠기지 않을 때는 문을 잡고 일을 본 적도 있다”고 고충을 토로 했다.
남여공용화장실은 칸막이 틈새의 위아래 공간이 넓고 잠금장치마저 허술해 강제추행 등 범행 장소의 우려도 높다.
여대생 B(22ㆍ서구 갈마동)씨는 남여공용화장실을 갈 때마다 항상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최근 친구로부터 공용화장실에서 누군가 몰래 핸드폰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었다는 소리를 듣고 난 이후 더 불안해졌다.
B씨는 “화장실에 남성들이 있으면 아무 이유 없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게 되고 인기척에도 겁이나 숨죽이면서 볼일을 본다”며 “그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남자들도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
영업사원 B씨(32ㆍ남ㆍ서구 도마동)는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가려고 하는데 거울 앞에 여자들이 나가지 않고 얘기를 나눠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가끔 여자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때는 괜히 기분이 거북하다”고 했다.
이처럼 호프집, 노래방, PC방 등의 화장실 대부분은 10㎡ 내외 규모의 좁은 공간에 남자용 소변기와 세면대가 있고 벽 쪽으로 남녀공용 변기가 설치돼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성범죄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 7조(공중화장실 등의 설치기준)에 따르면 ‘공중화장실은 남녀화장실을 구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소규모 상가에는 법적 규정이 없다.
대전시 환경녹지국 맑은물정책과 관계자는 “대형 상가의 경우 공용화장실 남여를 구분해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소규모상가는 개인 건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소규모상가에도 법률을 적용하면 이용자는 편리하겠지만 사업자는 규제가 많아져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대전 여성인권단체(대전여민회 부설 느티나무) 한 관계자는 “소규모 상가 공용화장실 문제는 남여를 떠나서 모두의 문제”라며 “법을 개정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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