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남북대화는 물론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각종 교류협력을 지속할 것을 천명하였다. 비록 ‘비핵·개방·3000’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음에도 기존의 포용정책의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상생·공영 정책’을 대북정책으로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북한은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의 무조건 계승을 요구하고 일방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비난함으로써 남북관계를 경색시켰다.
북한의 대남강경책을 지속하는 이유로서 대내적 결속 강화와 미국과의 담판을 위한 긴장조성 측면이 크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같은 북한의 일방적인 대남 압박 조치들은 이명박 정부의 운신의 폭을 극도로 제한하였고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해 일종의 면죄부를 준 형상이다.
둘째, 이명박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조건없는 남북대화를 촉구하였으며 그러나 동시에 이 대통령은 대화를 위한 대화보다는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통해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데 비중을 두었다. 따라서 북쪽의 주장대로 6.15공동선언이나 10.4 정상선언을 무조건 승계하기 보다는 기존의 모든 남북간 합의를 존중하면서 실용적 차원에서 남북간 합의 이행을 강조하였다.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행태나 과거의 퍼주기식의 일방적 대북지원의 폐단을 극복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상호주의적 관점에서의 남북관계의 새 틀을 모색하려는 노력에 국민들이 보다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셋째,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국민들의 합의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햇볕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보-혁간 ‘남남갈등’이 증폭됨으로써 소모적 논쟁이 빈발한데 대한 반성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는 남북문제를 정쟁화하지 않으면서 가급적 보-혁간 균형을 유지하였다.
남북 당국간 관계가 전면 차단되는 상황에서도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사업이나 방북활동은 허용되었으며 개성공단을 비롯한 전반적인 남북경협은 오히려 증가하기도 하였다. 아울러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접근함으로써 새로운 갈등 보다는 오히려 전반적인 국내외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로서는 기존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남북관계 경색을 풀어나가야 한다. 새로 임명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의 측근이자 ‘비핵·개방·3000’의 설계자로서 막중한 책임이 있다. 북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원칙을 훼손해서도 안되겠지만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대화제의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공갈협박에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없이 북한이 의도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음을 분명히 각인시키는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 더구나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보다 대범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북핵문제의 해결과 북미관계정상화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과 인물을 정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정부도 보다 기민하고 전략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클린턴 국무장관의 동아시아 순방에서 보여준 미국의 새로운 의지와 접근법을 예의 주시하면서 북핵문제와 더불어 김정일 이후의 북한 정세 변화에도 대비하여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아직도 크다는 점에서 심기일전 분발을 당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