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진]우주 개발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제’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주진]우주 개발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제’ 필요하다

[사이언스칼럼]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2-24 21면
  •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다. ‘가진 자들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가난한 나라들이 빈곤과 부채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도록 돕는 것은 부유한 나라들의 “중대하고 조건없는 도덕적 책임”이지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
▲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우주 분야에서도 필요하다. 우주 자산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중국의 쓰촨성 지진 때 세계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약 22개의 위성으로부터 1300장의 영상이 보급됐고, 미얀마 홍수 때도 여러 위성 운영 기구들이 협력해 신속하게 영상을 보급해 재난재해에 대처하는 것을 우리는 지켜보았다. 특히 우주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제3세계 국가들이 재난재해 등 위기에 처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주 선진국들의 국제협력은 필수적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전세계적으로 자국을 중심으로 활용해오던 지구관측위성 자료를 공동으로 활용해 기후변화나 자연재해 등 전 지구인의 안녕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인터내셔널 차터(International Charter)’와 ‘유엔 스파이더(UN SPIDER)’ 등은 국제협력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인터내셔널 차터’는 홍수,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가입 기관들의 재해지역을 최우선적으로 촬영해 해당 국가에 영상정보를 제공,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엔 스파이더’는 유엔의 재난재해 관리 지원 프로그램으로 재난관리를 위해 모든 국가가 모든 유형의 우주기반 정보를 수요국에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세계 삼림보호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브라질,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 수십 개국에 삼림지대 사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위성사진을 이용해 불법 벌채 적발과 삼림 화재 진압 등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우주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국제협력 프로젝트들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지구관측시스템(GEOSS)’은 대기, 해양, 육지, 생태계 등 모든 지구시스템에 대한 현장관측(in situ observations), 항공관측(airborne observations), 우주 기반 관측(space-based observations)을 망라하는 통합시스템이며, 유럽연합(EU)과 유럽우주청을 중심으로 한 ‘전지구관측(GMES)’ 프로젝트는 환경과 안전 분야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 감시자(Sentinel Asia)’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재난관리를 위해 지구관측위성 데이터 등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실용위성 분야에서 선진국의 위성 기술에 뒤지지 않는 위성 제작 기술을 갖추고 있다. 위성의 운용과 위성영상의 활용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독자기술로 개발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2호가 위성영상을 해외에 수출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용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한 아리랑 2호에 이어 올해에는 통신시험, 해양탐사 및 기상관측 임무를 수행할 통신해양기상위성이 발사될 예정이며, 내년에는 밤낮이나 구름의 유무에 관계없이 레이더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다목적 실용위성 5호, 2011년에는 0.7m급 해상도의 고정밀 전자광학 카메라를 탑재한 다목적 실용위성 3호 등이 차례로 발사될 예정이다.

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도 위성자료의 활용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 할 때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