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총괄-청년실업, 고용없는 소비도시
2. 졸업하자마자 실업자 신세, 고용대란 우려
3. 일할 곳이 없다 Vs 일할 사람이 없다
4. 숫자놀음 일자리 만들기
5. 전문가 의견
4. 숫자놀음 일자리 만들기
경제 위기로 사상 최악의 고용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의 일자리 대책이 ‘숫자놀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몇 만개니 몇 십만개니 하는 일자리 숫자가 대부분 단기ㆍ임시직 일자리인데다, 그 산출 근거도 미약하기 때문이다. 반짝 실업률을 줄어보겠다는 ‘땜질식’ 처방으로 비춰지는 것도 당연하다.
정부는 올해 초 4대 강 살리기 등 이른바 ‘녹색뉴딜’사업을 통해 4년간 9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 숫자 자체가 ‘주먹구구식’으로 산출된데다, 현실화돼도 95% 이상이 건설ㆍ단순생산직으로 채워지고, 청년일자리도 10% 정도에 불과해 장기 불황에 따른 실업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 정부가 내놓은 청년 인턴 등의 실업대책 역시 이미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대전시도 올해 1만 5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기업 및 콜센터 유치, 청년고용 확대, 전국체전과 서남부 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시의 청년 실업대책 역시 초점이 인턴 등 임시 일자리 만들기에 맞춰져 있어 쏟아져 나올 지역 대졸 실업자들의 고용대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올해 대전시 일자리 창출 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업 유치 계획도 산업용지와 아파트형 공장 분양을 통해 200개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수치 상의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추상적인 수준의 일자리 숫자가 얼마나 청년층의 고용을 흡수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질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최효철 대전대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의 일자리 정책이 숫자놀음에 그칠 경우 오히려 노동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다 나은 일자리를 만들어 안정적인 취업을 유도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관련 업무가 지나치게 분산돼 있는 것도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대전시의 경우 일자리전담 부서를 두고 있지만 사업성격에 따라 관련 업무가 여러 부서로 분산돼 있으며, 지역 내 관련 기관과의 통합ㆍ조정 기능이 미흡한 것도 현실이다. 배진한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무의 지나친 분산은 고용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저해 할 수 있다”며 “위기 상황에서 지역 고용정책 전반을 기획ㆍ조정하는 실질적인 단일 의사결정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정책이 지역의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짜여지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한다. 대전발전연구원 김기희 박사는 “예산자율권 부족으로 지역의 실정에 맞는 일자리 정책 수립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효율적인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서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된 예산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결정된 정책과 사업에 맞게 예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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