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표지에는 온통 물바다에 유일하게 솟아 있는 농가의 지붕위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주민의 모습이 처절하게 1면 톱기사로 게재되어 있었다. 일행 중에는 경상남도 건설국장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 동안 경남지역의 태풍피해를 대충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옆에 계신 경상남도 건설국장께 “경남에 또 물난리가 크게 났네요.”하고 무심코 그 신문을 건네 드렸다. 그 순간, “아냐, 충남 서천인데......“하고 나에게 되돌려 주셔 자세히 읽어 보니, 금강유역이 온통 물바다가 되었다는 기사였다.
결국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도청으로 복귀하여 상황실 근무를 하게 되었고, 가장 어려웠던 일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헌옷, 이불, 고추장, 된장 등 성품이 8톤 트럭으로 도착하면 시군별로 배분하는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수해민을 위한 응급구호세트가 없었고 지금과 같이 성금을 납부하는 제도도 발달되어 있지 않아 주로 성품을 보내 왔다.
그러나 지금도 잊지 못하는 일은 8톤 트럭의 화물이 얼마나 많은 양인지 그 때 알았다. 8톤 트럭을 하역하여 풀어 놓으니 도청 뒷마당 가득했다. 이를 옷과 이불, 음식물로 나누어 시군별로 송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우리도 꾀를 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차떼기를 한 것이다. 성품트럭이 도착하는 대로 전체를 시군별로 보내 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시군은 헌옷만 받게 되었고, 어떤 시군은 고추장만 받게 되어 당시 언론에서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도 악몽이었다.
당시 피해를 보면, 사망 133명, 실종 17명, 부상 267명 등 인명피해가 있었고, 이재민 53,786세대, 농경지 유실 9,607ha, 도로유실 171km, 하천유실 530km 등 대재앙이었다. 이는 당시 금액으로 피해액은 2,948억원이었고 이를 GNP Deflator로 환산하면 7,665억원 정도이지만 여러 가지 물가요인을 따지면 1조원 가까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복구액은 당시 3,126억원이었고 이를 GNP Deflator로 환산하면 8,127억원 정도가 된다.
이러한 ‘87대홍수 이후 금강유역에는 하천종합개발계획이 마련되었고, 재해위험지구·수해상습지·하도준설 등에 그동안 1조 156억원이 투자되었지만 예산이 부족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매년 인근주민들의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금강유역의 수해피해에 대해 지난 10년 평균을 보면 매년 1,033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복구액도 1,529억원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재민도 매년 1,574명에 이르고 농경지 침수 11,754ha에 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금년부터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4대강 살리기」사업이란 한국형 녹색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까지 3년동안 14조원을 투자하여 우리나라 4대강에서 홍수와 가뭄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고 수질악화 등으로 상처받은 하천환경을 복원할 계획이며, 이를 토대로 국민들이 하천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여가공간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강에도 2조 4천억 원이라는 투자비가 계획되어 있고 그동안 시군과 사업을 협의·조정하여 지난 2월 9일 범도민협의회에서 우리도의 건의사업안을 확정하였다.
이 건의안에는 치수사업은 물론 2010년 대백제전 이전에 구드레나루터와 곰나루터를 우선 복원하여 백제문화를 선양함으로써 금강을 충청인의 젖줄로 다시 되살려 나가는 사업들이 담겨져 있다. 물론 환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당초 운하계획이 발표된 바 있어 일부 오해도 있는 것 같다. 금강이 운하가 되기 위하여는 서천에 있는 하구언을 제거해야 하지만 우리도의 건의안에는 금강하구언의 수질개선사업까지만 담고 있어 운하사업으로 오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재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은 운하사업이 아니라 하천 살리기 사업이고 충청인의 모든 소리를 범도민협의회를 통하여 성실히 수렴함으로써 후손들에게 욕되지 않는 사업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이점에서 충청인의 관심과 사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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