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일구 철학박사, 호서대학교 총장 |
첫째, 경제의 기준이 헬라어 ‘oiko-nomeo’의 원 뜻에 숨어있다. 이 단어는 ‘집’을 뜻하는 ‘oikos’와 ‘나누어주다’는 뜻의 ‘nomeo’가 합해진 것이다. 경제, 즉 ‘오이코노메오’의 본 뜻은 논과 밭에서 일해 집에 있는 식구들에게 나누어줄 정도의 빵을 얻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 속에는 자족이 있고 물질의 풍요보다는 마음의 풍요를 강조하는 철학이 숨어있다.
오늘날 우리는 경제가 마치 많은 돈을 끌어 모으고 또 물질적 안락함을 누리는 부를 축적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공자님도 그랬듯이 나물먹고 물마시고 곡괭이자루를 베고 자는 정도로도 자족하는 삶이 경제의 본 뜻에 숨어있다. 오늘날 기업을 해도 경쟁자들을 쓰러뜨려야 하고 무한 탐욕으로 끝이 없도록 벌어들이는 것을 성공으로 이해하는 것은 경제의 참된 의미가 아니다. 벌되 기준을 가지고 벌고, 이익을 남기되 적정하게 만족할 줄 아는 것이 경제의 본뜻에 숨어있다.
둘째, 경제의 가장 우선적 대상이 무엇인가를 그 단어는 가르쳐 준다. ‘economy’의 앞 부분 단어, 오이코스(oikos)는 집을 뜻한다. 즉, 집과 가정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겨야 함을 알 수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회나 국가의 경제활동은 우선적으로 가정을 살리기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경제 위기가 다가올 때 국가의 지원과 관심은 사실 공적 조직이나 사업보다는 가정의 보존과 해체를 막는데 더 집중되어야 한다.
셋째, ‘oikonomeo’ 단어에는 보편적 사랑에 기초한 인간이해가 들어 있다. 즉, 경제란 모두를 가족으로 이해하고 그 구성원들에게 빵을 공급하는 것이다. 인간을 경제적 동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그 원 뜻이 무엇인지 알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원어에 비추어 볼 때 경제적 인간이란 서로를 가족처럼 인식하는 사람을 시사한다. 회사란 단어 ‘company’도 ‘함께(com) 빵(panis)‘을 먹는다는 의미가 원 뜻이다. 오늘날 지구촌 경제위기로 모두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인류는 서로에게 보편적 가족애에 기반한 관심을 둘 때에 이것이 올바르게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넷째, ‘oikonomeo’에는 경제의 목적이 들어 있다. 뒷 부분 원어 ‘nomeo’의 뜻 처럼 ’나누는 것(sharing)‘이 경제이다. 끝이 없는 욕심으로 저장하는 것은 반 경제적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회가 언제나 서로 도우며 세워가는 분위기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경제적인 행위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한다고 말하면서 무분별하게 해고하고 내보내고 없애는 것은 경제의 본 뜻에 어긋나는 것이다. 파이가 작아도 더 나눌 방법을 찾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극복의 길임을 그 원어를 통해 역사의 지혜는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경제위기, 즉 돈 가뭄으로 겪는 고통이 진짜 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경제의 본 의미를 상실한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 인류 모두에게 참으로 심각한 위기인 것이다. 예수님의 위대한 기도처럼 “일용할 양식”을 구하고 이것으로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경제적인 인간이다. 만족을 알고 탐욕을 절제하고 이웃을 돌보고 낮은 곳을 살피는 일이 경제의 참된 의미에 맞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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