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총괄-청년실업, 고용없는 소비도시
2. 졸업하자마자 실업자 신세, 고용대란 우려
3. 일할 곳이 없다 Vs 일할 사람이 없다
4. 숫자놀음 일자리 만들기
5. 전문가 의견
유성구에 위치한 디스플레이 생산업체 A사는 지난해 신규 인력 채용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도 필요한 기술인력을 상시 채용하고 있지만 원하는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지방의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 매번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업자는 넘쳐나는데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지방노동청의 지난해 하반기 인력수요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전지역의 인력수요 미충원률이 22.2%에 달했으며, 특히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지역에 국한되지 않지만 대전의 경우 전통적으로 인력부족률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우선 지역 대학졸업자들의 ‘눈 높이’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대전지역의 심각한 일자리 불일치(Job Mismatch) 현상은 산업구조와 저임금 구조 등 구조적 요인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전은 서비스업 비중이 전체 산업의 72.4%, 종사자수가 83.8%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업 비중과 종사자수가 각각 17.6%와 10.9%를 차지한다. 또 대전은 1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이 전체의 93.5%를 차지해 취약한 산업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취약한 산업구조는 고질적인 저임금 구조로 이어진다. 김우영 공주대 교수가 지난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지역 임금 근로자 1인당 평균 월급은 179만원으로 전국 평균 211만원에 비해 턱없이 낮으며, 중소기업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중도 13.3%로 전국 평균 8.1%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인력난은 또 다른 형태로도 나타난다. 대덕테크노밸리에 위치한 한 벤처기업은 지난해 신규 채용한 10여 명의 인력 대부분을 수도권 출신자로 채웠다. 지역에서 원하는 수준의 인력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 인사담당자는 “지역의 우수 인력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상황에서 필요한 인재를 찾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중소기업에서는 숙련된 인력을 원하지만 대학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대전은 산업구조 특성상의 양극화와 ‘학력 인플레’속에 단순 생산직 인력과 연구분야 등 고급 인력 수급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특히 경기 악화로 고용대란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런 불일치 현상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신규 고용을 창출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구인ㆍ구직이 공존하는 마찰적 실업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배진한 충남대 교수는 “대학 졸업자와 기업 모두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관계기관도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