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경 건양대학교 기업정보관리학과 교수 |
따라서 졸업 시즌만 되면 각 대학에서는 졸업생들을 졸업식에 많이 참석시키기 위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보아도 졸업생들의 참여율은 점점 더 저조해지기만 한다. 그러니 어떤 대학에서는 전체적으로 하던 졸업식을 단과대학별로 하게 되었고, 그것조차도 잘 안되니 학과 단위로 졸업식을 하고 졸업장을 나누어주고 마는 그런 대학도 있다고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졸업식의 뜻을 바르게 전달하고 또, 많은 졸업생들을 졸업식장에 참석시키기 위해 이틀에 걸쳐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학과의 모든 졸업생과 교수를 졸업식장에 참석시킨 가운데 총장이 직접 졸업자 모두에게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졸업장을 수여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함께 끝이 있다. 시작이 중요한 만큼 끝도 중요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끝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졸업식이 그 예다. 아직 취업을 못했다고 해서 졸업식에 나오지 않고, 상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식장에 참석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취업이 안됐으면 어떻고 상을 받지 못하면 어떠한가. 그것이 졸업식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졸업식장에 참석하지 않을 이유는 결코 되지 못한다.
대학 졸업식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 소정의 학업을 마쳤음을 인정받는 공적 행사라는 의미와 함께, 사회로 진입하는 ‘사회 진입식’이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졸업식은 기쁨과 기대와 희망의 행사인 것이다.
그 시간에 학교 건물이나 화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일 보다는, 식장에 참석해서 경건한 마음으로 지난 학교생활을 되돌아보며, 학위 수여를 축하 받고, 사회 진입에 대한 당부의 말씀을 듣는 것은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사진이야 그 다음에 찍어도 충분하다. 그깟 40-50분을 참고 양보하며 기다리지 못한단 말인가.
이제 대학까지 마치게 된 성인이라면 ‘어떤 일이 더 소중하고 의미가 있으며, 또 어떻게 처신해야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의연한 모습일까’ 정도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된다. 그것이 대학을 졸업하는 참 지식인으로서의 성숙된 자세이자 모습 일 것이다. 윈스턴 처칠의 옥스퍼드대학 졸업식 연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학 연설, 그리고 빌 게이츠의 하버드대학 연설 등은 졸업식이 있기에 졸업식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명연설이 아니었던가.
각 급 학교에서 연이어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다. 대학 졸업식은 학업을 마쳤음을 인정받는 행사이자 동시에 사회의 진입을 알리는 진입식이다. 대학 졸업식도 그 의미를 되살려 점차 진지하고 성숙된 모습으로 변해가기를 기대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