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승 천안 성환고 교사 |
풀이 죽은 아이들에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하였고 아이들은 나름대로 심도 있게 논의를 시작했지만 쉽게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반장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반에 비해서 잘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결론지었고 모두들 멋쩍고 쓴웃음만 남겼다.
나는 학급의 집단 좌절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우리가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칠판에 ‘미인대칭’을 쓰면서 ‘이것만 잘하면 학교생활이나 사회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하였다. 엉뚱하게도 몇몇 여학생은 ‘역시 선생님은 우리 미모를 너무 잘 아셔!’ 라며 좋아했다.
‘미인대칭’은 미소, 인사, 대화, 칭찬임을 연상법을 통해 맞추어가면서 다들 나의 부연설명과 실천 목표에 공감하는 고갯짓을 보였다. 이 날부터 우리 반의 급훈은 미인대칭이 되었다. 칠판 위에 크게 미인대칭을 붙여 놓고 나와 아이들은 모든 생활의 기준으로 삼았다. 수업에 들어오시는 선생님에게 미인대칭을 자세히 설명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미인대칭으로 생긴 자신감은 마술처럼 작동되었다. ‘지금까지 무결석을 한 번도 못해보았다.’는 한 학생의 말에 자발적인 무결석 결의가 이루어졌고, 기적같이 무결석상을 수상했다. 뒤이어 금연 운동과 청결한 교실 환경 만들기 등 연쇄반응이 일어났고 진학 및 취업이라는 목표 설정까지 도달했다. 학업성적의 한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 무용, 뷰티, 애견 등 다양한 진로로 진출하는 학생들에게 미인대칭은 더욱 가치 있는 덕목으로 간주되었다.
그렇게 가슴 벅차게 1년을 보낸 후, 나의 책상 앞에는 미인대칭이 항상 붙어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때 마다 미인대칭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며 인성교육의 교훈으로 제시한다. 학교를 방문하는 졸업생 제자들은 낯익은 글귀를 보며 ‘지금도 미인대칭 가르치세요?’라고 반갑게 묻는다. 나는 미인대칭을 통해 아이들이 마술처럼 성숙해지는 것을 보았다. 이제는 진정한 미인대칭을 실천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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