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미술시장의 정중동(靜中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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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미술시장의 정중동(靜中動)

<변상형의 문화스펙트럼>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2-18 13면
  • 변상형 전 이응노 미술관장변상형 전 이응노 미술관장
2000년대에 들어 대한민국의 미술시장은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 성장했다. 화랑 신설은 물론 판매액 증가, 각종 아트페어가 개최됐다. 경매시장에서의 고액낙찰가는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KIAF(한국국제아트페어), 화랑미술제, 마니프, 서울오픈아트페어 등에서 고가의 미술품 판매와 하루가 멀다하고 다양한 신기록을 세우는 국내외 경매시장에서의 스타작가 출현은 새로운 시대의 작가 탄생을 알리는 흥분마저 안겨주었다. 아직까지 전 세계의 미술관을 옮겨온 것 같은 대형전시장에는 관람객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고 했던가!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경제를 움츠려들게 하다못해 꼼짝없이 얼어붙게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술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소비자의 움직임이 위축된 미술시장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다양한 차원에서의 운영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것이냐, 아니면 행복한 추억을 갖고 실패를 인정할 것이냐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대전의 한 화랑에서는 미술품 경매전이 있었다. 개관 25주년을 맞아 특별기념 행사로 마련된 경매전에는 지역을 포함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전국작가 72명을 초대했다. 마지막 전시일에는 고가의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경매행사를 펼쳤다. 경매된 작품은 모두 14점으로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당일 경매에는 100여 명이 넘는 미술애호가와 일반시민들이 참여해 큰 관심을 보였다니 기대 밖의 성과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대전에서 있었던 첫 경매여서인지 아니면 평소에 사고 싶은 작품은 있었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던 차에 고가의 작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소비심리가 풀렸는지 정확한 분석은 어렵지만 생각보다 높은 관심을 이끈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경매의 사례는 지역 미술시장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숙제를 남겼다.

이 지역에서도 일반인들을 포함한 미술애호가들의 소비욕구가 살아있다는 것을 소박하게 확인한 셈이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미술시장을 어떻게든 살아 움직이게 해야 할 지역 화랑가로서는 자구책 마련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작품을 구매하지 않았더라도 전시에 관심을 두고 경매가 이루어지는 현장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적든 많든 어느 한도 내에서는 미술품 구매 능력을 갖고 있는 애호가들일 것이다. 잠재되어 있는 그들의 구매력을 드러내고 행동에 옮기도록 자극하고 격려할 수 있는 동인을 만들어내야 하는 역할을 지역 화랑가는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데 이 당연한 일을 실현하기위해 지역 화랑가는 어떠한 각오와 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는 경기불황이 미술애호가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미술애호가는 단지 싸게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모여드는 불특정 다수의 인파는 아니다. 좋아하는 작품을 살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불황기에도 가질 뿐이다. 경기가 호황이라 해서 미술작품이 불티나도록 팔렸던 때가 있었던가 하고 생각해보면 그런 경우는 드물었다. 그렇다면 미술시장의 경기가 얼음장 같은 이유는 경기불황의 탓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새롭게 오픈하는 화랑이든, 유구한 역사를 가진 화랑이든 개관 기념전을 굵직하게 기획하여 전시를 갖고 있으나 대개의 기획내용은 다 엇비슷해왔다. 초대작가의 숫자가 다를 뿐 백화점처럼 다종 다기한 작품을 나열하듯 펼쳐놓는 회원전 같은 전시는 언제 어디에서든지 있어왔다.

모든 장르를 통틀어 볼 수 있는 기획전을 관람한다는 것은 얼핏 생각하면 다양해서 좋을 것 같지만 관람객에게는 별반 재미를 안겨주지 못한다. 지역의 어느 화랑이든 지역의 대표 작가는 항상 거의 같고 작품 또한 새로울 것이 없다면 한두 번은 미술애호가로서 가보겠지만 그 이상의 발걸음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매번 같은 작가의 비슷한 작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작품을 구매하고자하는 층이나 판매 작가군이나 큰 변동이 없는 지역미술계의 지형도에서 어떠한 자구노력으로 지역미술시장은 살아남을 것인가! 이제 더 이상 가격경쟁력만 갖고 밀어 붙일 수 있는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잠자고 있는 미술애호가들의 구매력을 흔들어 깨울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어느 시장이나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알맞은 전략을 짜듯 미술시장도 새로운 전시기획과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다. 이번 경매에 모인 애호가 층을 보면 꽤 많은 이들이 미술작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계획적으로 작품을 구매해 왔던 젊은 직장인들이었다고 한다. 미술시장의 소비층도 이제 세대변화를 겪고 있다.

미술품은 더 이상 여유 있는 이들의 사치품도, 환금성을 지닌 투자대상도 아닌 진정으로 미술품을 사랑하는 이들의 품안으로 가고 있다. 미술소비층의 다양성은 기호작품의 세분화로 향하기 마련이다. 제대로 된 비평으로 인정받은 다채로운 미술품이 대중적으로 소통될 때 미술시장도 활기를 잃지 않을 것이다.

미동도 하지 않던 대전의 미술시장에 모처럼 정중동의 기미가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와 상황을 어떻게 지속시키느냐는 오로지 미술시장의 능력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위기일수록 현명한 묘안을 짜내는 지혜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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